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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미국 첫 대면회담…"아프간에 인도적 지원하기로"

김보겸 기자I 2021.10.11 14:58:33

정권 탈환 뒤 미국과 첫 대면회담 나선 탈레반
미국 "미군 안전한 철수, 여성인권 보장해야"
탈레반, 美경제제재 중단과 자산동결 해제 요구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9일(현지시간)미국과의 회담에 참석해 “아프간 대표단의 초점은 인도적 지원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알자지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국과의 첫 고위급 대면 회담에서 인도적 지원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일부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은 안보와 여성 인권,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의 안전한 철수 등을 강조했으며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탈레반 정부 인정과 제재 중단을 요구했다.

안보·인권수호 요구한 미국, 인도적 지원 약속

10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데이비드 코언 중앙정보국(CIA) 차장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아프간 영토에서 테러리즘 확산을 억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9~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틀간 열린 이번 회담은 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양측의 첫 대면 회담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아프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안보와 테러 우려, 미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통행에 초점을 맞췄다”며 “탈레반 재집권 후 첫 대면 회담은 솔직하고 프로페셔널했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테러세력에 대한 강경한 대응 입장을 밝히며 미국 측 요구를 수용했다.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우리는 아프간 영토가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용당하도록 두지 않을 것임을 미국에 확신시켰다”고 이번 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아직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 철수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아프간에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집했다.

체제 인정, 경제제재 해제 요구한 탈레반

아프간 측은 미국의 경제제재 중단과 100억달러(약 11조96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들은 약 100억달러에 달하는 탈레반 자산을 동결시켰다. 이 중 70억달러(약 8조3720억원)가량이 미국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또 미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탈레반 정권 인정과는 별개로 아프간 국민들에게 미국이 직접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자금 동결 등으로 돈줄이 끊겨 통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레반이 정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민생 안정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은 이번 회담이 탈레반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쟁에서의 주적(主敵)인 탈레반을 아프간 지도부로 인정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익 문제에 대한 실용적 회담의 차원이라고 못박으면서다.

하지만 탈레반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인정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탈레반 측은 “이번 회담이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기 위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아프간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심각한 식량난이 나타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닥치면서 국제사회가 어려운 갈림길에 놓였다”고 논평했다. 탈레반 요구대로 합법성을 부여하지 않고 탈레반과 협상할 방법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아프간 국민들에게 직접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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