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2년 연속 ‘동투’로 얼어붙은 노사관계

이소현 기자I 2020.12.08 08:42:01

기아차 제15차 본교섭 진통..'30분 잔업' 건
8일 정상근무..결렬시 9~11일 사흘간 파업
한국지엠 노사, 2차 잠정합의안 마련나서
연내 임단협 타결 '촉각'..노조 8일 쟁대위 개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관계가 2년 연속 ‘동투(冬鬪·겨울철 투쟁)’로 얼어붙었다.

예년과 같으면 자동차 구매의 적기인 연말을 맞아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나서 판매를 극대화하는 축제 분위기일 테지만, 경영시계가 노사갈등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더해져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완성차업체는 기아차(000270),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등 3곳이다. 무분규로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차(005380)와 쌍용차와 달리 3사는 연말까지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사진=연합뉴스)


기아차는 지난 7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임단협 제15차 본교섭을 열었는데 최대 쟁점인 ‘30분 잔업’ 도입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었다.

30분 잔업을 인정하면, 연장근무에 따른 수당이 추가되는 것이라 통상임금과 직결돼 비용 증가를 이유로 노사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4시간 부분파업 계획을 철회, 정상근무에 돌입하면서 사측과 제15차 본교섭 재개에 나선다. 노조는 이날 교섭이 결렬되면 9~11일 사흘간 3차 부분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배수진’을 쳤다.

기아차 노조는 ‘9년 연속’ 파업 기록을 쓰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5~27일 사흘간 오전·오후 근무조별로 4시간씩 부분 파업을 한데 이어 이달에도 1~2일, 4일 사흘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자동차 제조와 판매, 정비 등 기아차 전 국내 사업장에서 부분 파업을 진행해 모든 차종에 부분적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광주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일시 휴업 등을 포함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2만5000대 이상 발생했다. 3주 연속 파업에 나서게 돼 생산 손실 규모는 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잔업 30분 복원을 비롯해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상여금 통상임금 확대 적용 △정년 60세에서 65세 연장 △노동 이사제 도입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사내유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인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인상), 성과급 150% 지급과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양재동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라고 맞섰다.

한국GM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10월 30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은 노사는 이번 주부터 2차 잠정합의안 마련에 나선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후 일주일간 휴식기를 갖고 열리는 첫 교섭을 앞두고 노사 간 긴장감이 팽팽하다. 앞서 노사가 4개월간 24차례 교섭 끝에 마련한 잠정합의안을 놓고 노조는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조합원들은 53.8%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재교섭을 요청한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15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 개최를 확정하고, 사측을 압박했다. 사측이 1차 잠정합의안에 더한 추가 제시안을 갖고 재교섭에 임해야 노조와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어느 정도 ‘성의’ 표시가 필요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회사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는 입장이라 연내 임단협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의 제15차 쟁대위 개최 전에 재교섭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노조는 사측에서 재교섭 의지가 없다며, 연말 파업 등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우려도 크다.

한국지엠은 회사 차원에서 성탄절부터 연말까지 휴무를 권고하고 있어 연내 임단협 타결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리프레시 휴가를 권고하고 있다”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도 휴가를 앞두고 있지만, 임단협에 묶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파업권을 확보해둔 르노삼성차의 임단협 교섭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금속노조 가입을 재추진하는 등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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