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세계를 보는 국산신약, 세계가 보는 국산신약

노희준 기자I 2021.03.21 13:32:55

2019년, 2020년 전무하다 올해 석달만에 3개
롤론티스(3월), 렉키로나주(2월), 렉라자(1월)
상징성· 내수· 파머징용→실적·美EU·블록버스터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산신약이 달라졌다.”

2년간 국산신약 가뭄(0개)에 시달렸던 제약·바이오업계가 연초부터 신약 3개를 쏟아내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단계 도약한 국산 신약 시대를 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33번째 국산 신약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암 환자가 세포독성 화학요법 부작용으로 겪는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 중 4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감염에 취약해지는 증상이다.

롤론티스 허가로 올해 석달 만에 3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앞서 유한양행(000100)셀트리온(068270)은 각각 1월과 2월 2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라정과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8년 이노엔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으로 30번째 국산 신약 허가를 받은 이후 3년만의 성과다.

이들 3개의 신약은 질적으로도 국산 신약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신약은 크게 3단계를 거쳐 진화했다. ‘1세대 국산 신약’은 상징정 차원의 성격이 컸다. ‘우리도 신약을 개발했다’는 측면이 커 실적은 거의 없었다. 가령 동화약품(000020)은 국산신약 3호 밀리칸주(항암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허가를 취하하기도 했다

대체로 지리멸렬하던 국산 신약은 일양약품(007570)의 놀텍정(항궤양제)과 보령제약(003850)의 카나브정(고혈압치료제)이 각각 허가받은 2007~2008년을 전후로 ‘2세대 국산 신약’으로 성장한다. 타이틀용을 넘어 국산 신약도 ‘돈을 번다’는 성과를 입증했다. 놀텍정과 카나브정에 더해 LG생명과학(LG화학(051910))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 등이 돈 버는 국산 신약 시대를 연 3총사로 평가된다. 카나브와 제미글로는 모두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놀텍도 지난해 연매출 352억원을 달성했다. 성과 내는 국산 신약은 이노엔의 캐이캡정에서 극대화됐다. 2019년 3월 시판 이후 지난해까지 10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최단기에 1000억원을 돌파한 제품이 됐다.

셀트리오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
올해 허가된 렉라자, 렉키로나주, 롤론티스는 ‘3세대 국산 신약’으로 평가된다. 우선 개발 단계부터 미국, 유럽 등 제약시장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글로벌 신약 후보군이다. 이를 위해 개발 단계 초기에 기술수출이 이뤄지거나 독자 개발되더라도 임상 단계부터 다국적 임상을 통해 해외 진출을 동시 모색하는 특징을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세계를 바라보는 신약이 됐고 그 과정에 세계가 기술이전이나 조기허가 등으로 주목하는 의약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산 신약 대부분이 사실상 내수용이었고 설사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더라도 국내에서 승인을 먼저 받은 뒤 동남아, 남미 등 신흥 제약시장(파머징)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2단계 해외 진출을 노렸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

실제 롤론티스는 2012년에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임상 1상을 마친 뒤 계약규모는 비공개 조건으로 이전됐다. 렉라자는 2018년 얀센에 임상 1/2상 단계에서 1조4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됐다. FDA는 롤론티스의 미국 시판허가를 위해 국내 제조 시설에 대한 실사를 5월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허가 과정이 다시 진행되는 것으로 한미약품은 올해 롤론티스의 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렉라자의 경우도 얀센 주도로 이중항체 후보물질과 병용투여하는 임상 3상이 진행중이다. 얀센은 2023년까지 렉자자의 FDA 허가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렉키로나주는 기술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애초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해두고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해 국내 허가 후 곧바로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유럽 식약청(EMA)은 지난달 렉키로나주의 허가를 위한 사전심사(롤링리뷰)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같은달 미 FDA와의 사전협의도 시작했다.

3세대 국산 신약은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하기에 단일 제품 매출 1조원를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롤론티스가 노리는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국내의 경우 800억원대지만 글로벌 시장은 3조원대로 확대된다는 게 한미약품 설명이다. 렉라자 타깃의 2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도 국내는 1000억원 규모지만, 경쟁 제품인 타그리소의 2019년 글로벌 매출 3조원을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은 조단위로 확대된다. 렉키로나주도 국내 시장은 고위험군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가 제한적인 데다 원가 수준에서 공급돼 회사 실적에는 영향이 별로 없을 전망이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매출을 6000억원~3조원대까지 추정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