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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아리랑 지키기, 일회성 이벤트론 아니되오

김용운 기자I 2012.06.18 10:20:04

中국가문화제 등재 맞서
국내 페스티벌 잇달아 열려
실생활 속 뿌리 내리는 것 부터 고민해야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8일자 35면에 게재됐습니다.
▲ 지난 1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아리랑이 웃는다` 콘서트 현장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4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지진동 페스티벌Ⅱ-또 하나의 애국가 아리랑 아라리요`가 경기도와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주최 하에 열렸다.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총연출한 이번 공연은 1000여명의 합창단과 1200여명의 전문 사물연주단 및 군악대 등이 출연해 다양한 아리랑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의 아리랑을 더 이상 빼앗길 수 없다”며 “전 세계에 아리랑을 알리도록 하겠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일대에서 `아리랑 페스티벌 2012 더 아리랑`이 개최됐다. 3일간에 걸쳐 학술대회를 비롯해 아리랑 체험행사, `아리랑이 웃는다`와 `아리랑에 안긴다`라는 주제로 콘서트 등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아리랑세계화추진위원회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주관으로 열렸다. 지난 2009년 `아리랑심포지엄`으로 시작된 이래 올해 가장 큰 규모였다.

최근 아리랑에 대한 대형 행사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렇게 된 까닭은 역설적으로 ‘중국’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제3차 국무원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명록적 통지에서 길림성 조선자치주의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밝혔다. 자국 내 조선족 문화를 보존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반도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자국의 역사와 문화 안에 가둬두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의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고은 시인이 “한국인에게 밥이고 별이고 또 삶들이 쌓아온 이름 없는 역사의 대장”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아리랑은 우리 국민에게 단순히 민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에서는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대형 행사들이 연이어 벌어지며 아리랑의 중요성과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사들이 실질적으로 아리랑의 보존과 전승, 확산 및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수만 명의 관중보다는 실생활에서 `아리랑`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아리랑을 주제로 한 대규모 행사들이 홍보 측면에서는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일회적인 행사에 집중하기보다 아리랑이 국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전승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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