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자료=천소영 저 '전설따라 지명따라 한국의 전설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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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추워요. 난 그냥 여기 있을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아빠 말 좀 들어라. 같이 가서 소원 빌고 내려오자." 꽤 두꺼운 트레킹화를 신었는데도 발이 시린 1월 초 오전 9시, 쌀쌀한 산바람을 뚫고 부지런한 부자(父子)가 미륵사지를 찾았다.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아빠의 맨손이 아들의 장갑 낀 손을 잡아 끈다.
지붕도 없이 바위 산 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높이 13m의 '미륵사석불입상' 앞에선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미륵존불(彌勒尊佛), 미륵존불…'을 읊고 있었다. 아침 일찍 손을 호호 불어가며 촛불을 들고 석불 앞으로 향하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새해의 소망이 묻어나는 듯하다. '온달장군의 공깃돌'은 석불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있다. 힘껏 손으로 밀어봐도 꿈쩍하지 않는 거대한 돌을 공깃돌 삼아 놀았다니, 그야말로 '전설 같은 얘기'다. '우연히 네모 바위 위에 동그란 바위가 올라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금물. 온달장군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동그란 바위 위엔 가느다란 홈을 정성스레 파서 물을 아래로 흐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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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에서 차로 5분 정도만 가면 제천에 다다른다. 경계를 넘으면 바로 덕주공주가 터를 잡았다고 전해지는 '덕주산성'이 나온다. 빈틈 없이 맞물린 현대의 벽돌보다 돌 사이사이 빈틈이 많아 운치 있어 보인다. 산성 위에 누군가 쌓은, 한 뼘 크기의 작은 돌탑에서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등산화를 갖췄다면 찬 바람에 굳은 몸도 풀 겸 가파른 산성을 계단 삼아 산 위로 조금 올라가봐도 좋겠다. 기암과 계곡, 절벽 위 노송(老松)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멋진 진경산수화 한 폭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
월악산을 빠져 나오자마자 충주호에 닿는다. 마의태자가 충주시 노은면에 있는 국사봉에 올라 남겼다는 예언이 머리를 스친다. "이 국사봉이 물에 비치고 저 아래 뱃재에 배가 오갈 때가 바로 나라를 구하는 시기가 되리라." 쇠락해가는 한 나라의 왕자가 나라를 생각하며 남긴 마음이 거대한 인공호에 잔잔히 비치며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영동고속도로 이천·장호원 나들목→충주→수안보→월악산국립공원→월악산 송계계곡 삼거리→미륵사지
●충주시청 문화관광과 (043)850-6701 제천시청 문화관광과 (043)641-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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