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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옥' 바이오차…토지 산성화 막고 폐플라스틱까지 분해

임애신 기자I 2022.01.31 21:35:13

바이오차,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
온실가스 줄이고 토양 질 개선 효과
바이오차 1톤으로 10044톤의 탄소 감축
폐플라스틱 분해 가능…환경문제 개선 기대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바이오차’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차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한국바이오차)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폐기된 목재나 동물 배설물, 나뭇잎처럼 버려지는 유기물인 바이오매스가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과 달리 바이오차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줄여준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다. 목재나 식물의 잔재물을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350℃ 이상의 고온으로 열분해시키면 까만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게 바로 바이오차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숯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지만 온실가스를 줄이고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 등 친환경에 도움이 된다. 특히 바이오차를 농업에 이용하면 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의 배출량을 줄여준다. 농경지에 왕겨를 원료로 한 바이오차 1톤을 뿌릴 경우 약 1044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바이오차가 ‘탄소 감옥’이라 불리는 이유다.

바이오차는 탄소 배출 저감뿐 아니라 토양 개선에서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화학 비료 사용으로 인한 토양 산성화가 심각하다.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져 토양이 산성화되면 토양의 양분을 앗아가고 독성 금속물질의 농도가 증가해 식물과 나무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왕겨 바이오차, 돈분 퇴비, 비료 성분을 혼합해 바이오차 펠릿으로 벼를 재배하는 등 대체제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차는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토양을 개량할 때 사용하는 석회보다 30% 이상 수소이온농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이오차는 토양 속 영양분을 흡착해 식물이 쉽게 양분을 흡수하도록 도와주고,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바이오차는 탄소의 양을 줄이면서 토양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석이조의 자원이라는 점에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기후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던 대니얼 카멘 UC 버클리대학 교수는 바이오차를 가장 우수한 탄소저감 기술로 평가한 바 있다.

바이오차의 기술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폐자원에 적용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비닐 배출량이 급증했다. 옥용식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는 이런 폐기물 분해에도 바이오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폐자원으로 만든 바이오차를 인공토양으로 만들어 기존 토양에 넣으면 매립돼 있던 폐기물의 분해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이 상용화하면면 환경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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