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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안깨" Vs "인력부족 한계"…유족·소방본부 늑장구조 공방

이슬기 기자I 2017.12.23 14:29:34

제천 화재 참사 유족, 소방본부·경찰 등과 간담회 가져
유족측 "2층 유리창 왜 바로 깨지 않았냐" 등 의문 제기
소방당국 "즉시 투입 가능한 소방인력 부족했다" 해명

23일 오후 12시쯤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 측과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가졌다.(사진=이슬기 기자)
[제천=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사흘째인 23일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과 유족 측이 간담회를 가졌다. 유족측은 왜 소방측이 2층 유리창을 깨고 구조하지 않았는지 등 구조 지연을 둘러싼 의문을 제기했고, 소방당국은 인력 부족·LPG가스 폭파위험 등을 이유로 구조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먼저 유족측은 가장 피해가 큰 2층 여성 사우나의 강화유리창을 소방대원이 바로 깨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유족측은 “2층에 사람이 많다고 유리창을 깨고 구해달라고 울부짖었는데도 소방은 즉시 2층 창문을 깨지 않았다”며 “유리창을 사방으로 깼으면 통풍이 돼서 연기도 가시기 때문에 유독가스를 덜 흡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방측은 스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판단하냐”고 물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본다”고 시인하면서도 “즉시 투입된 소방력이 부족해서 바로 유리를 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소방관은 인명을 구조하는 구조대원과 이송하는 구급대원, 직접적으로 불을 끄는 화재진압대원으로 나뉜다”며 “총 26명이 출동했어도 직접적으로 구조에 나서는 대원은 4명 정도뿐이었다. 화재진압이나 구조 중 더 급한 임무를 먼저 하다 보니 유리창을 깨는 조치가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화점인 1층 주차장에서 LPG 가스통까지의 거리가 약 2m에 불과해, LPG 가스통이 폭발했을 경우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LPG가스부터 수습을 했다는 설명이다.

또 유족측은 소방대원이 현장에 진입하고 난 뒤에도 희생자들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족측은 “처음에 소방대원이 2층에 들어간 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아무도 업고 나오지 않았다”며 “소방이 구할 의지가 있었다면 누구라도 업고 내려와서 CPR을 하든 응급조치를 했을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이미 소방 측은 사람이 다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구조보다는 시신 수습에 중점을 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소방당국은 “사망이 확실한 경우 바로 현장 밖으로 수습하기 보다는 가능한 현장을 보존하게 된다”며 “또 당시 상황이 플래시를 켜고서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야만 수색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측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유족측은 “스프링클러가 잘못 터질 경우 인테리어가 망가진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를 잠가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소방측은 스프링클러에 대한 점검을 어느정도 간격을 두고 하냐”고 물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시설 점검은 소방에서 직접 나가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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