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창업기획]③ 본사 물류 마진 논쟁

주순구 기자I 2007.07.09 10:40:11

가맹점 마진 외 수익사업 발굴 궁극적 목표
적정 마진과 로열티 등 비용 지불 이해할 필요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최근 본사 물류마진을 둘러싼 분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 비해 가맹점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본사에서 임의대로 지정한 물류 마진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본사 측에서는 물류, 관리비 대비 적정 가격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가맹점에서는 과도한 마진이라는 반발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물류 마진에 대한 가맹점 반발은 사입 물류로 이어져 결국은 메뉴 품질 유지 불가, 매출 하락,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개설 이익이 본사 수익의 50% 이상인 실정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는 90% 이상이 중소업체로, 충분한 자금이나 제반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한 경우가 드물다. 가맹사업 시작 후 가맹금이나 개설이익 등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 사업을 꾸려가는 사례가 대부분.

가맹점주가 프랜차이즈 창업 시 본사에 내는 비용은 업종과 매장 규모에 따라 1000만~ 3억원, 그 이상까지 다양하다. 본사에서는 창업비 마진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본사 총 수익의 50% 이상을 개설 이익으로 얻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본사에서는 개설이익에만 치우쳐 무분별한 출점, 개설 후 관리 부실 등의 문제를 내보이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물류마진 증강. 그러나 이 역시 현 상황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물류 마진을 본사 주 수입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의 초점은 가맹점 매출 증가다. 본사가 적정 가맹점을 출점하고 경영지원과 관리를 하면 가맹점 매출이 오르고, 자연히 물류마진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업종이나 물류 공급방식, 식자재에 따라 본사 마진율이 천차만별로 달라 일부 브랜드에서는 물류 마진을 둘러싸고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브랜드 당 적게는 100개, 많게는 300개 이상 개설해야 물류 마진만으로 본사를 꾸려갈 수 있다”며 “신생 브랜드나 성장기에 있는 브랜드는 직접 물류를 할 수 있는 제반 사항 마련 자체가 쉽지 않고, 중견 브랜드라도 100개 이상 출점하는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설 마진이 가장 큰 수입원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평균 물류 마진 수준은

현재 본사 물류 마진은 기본 물류비용과 업계 관행에 근거해 책정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고기 관련 업종과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아이스크림전문점은 평균 30% 대다. CJ 등 외부 아웃소싱 업체를 통하거나 시중 상품을 대량 구매해 공급하는 식자재는 통상 3% ~ 10% 미만, 최근 널리 퍼진 피부관리전문점은 주 원료인 화장품에 50% 정도의 본사 마진이 붙는다고 알려져 있다.

삼겹살 전문점 등 냉동 냉장 배송을 해야 하는 고기 업종은 가맹점 수에 상관없이 매출 대비 기본 물류비용이 13~15% 가량 든다. 냉동, 냉장 물류에 따른 유류비, 인건비, 냉동배송차량 운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류 손질 비용 등을 감안한 본사 마진이 15% 추가돼, 가맹점 원가비의 30%가 본사 물류 마진으로 들어가게 된다.

삼겹살전문점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삼겹살은 원가 등락폭이 심해서 많을 때는 40%, 적을 때는 25%까지 본사 마진에 차이가 있다. 시중 사입가 대비 20% 가격이 비싼데다 생고기만 공급받으면 돼 가맹점 사입율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겹살과 달리 양념 갈비는 소스 등 본사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삼겹살보다는 사입율이 덜한 편이다.

아이스크림전문점은 본사 물류 마진이 평균 30% 선이다. 1990년대 등 초창기에는 마진율이 50%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입단가가 일정 부분 공개돼있고 공급루트가 많아지며 적정 수준으로 맞춰진 상황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주 재료가 분말이나 겔 상태다. 이를 우유와 섞어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냉장, 냉동보관 원료가 아닌 상온 품목이므로 대량 사입하면 원료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카페 띠아모’ 김성동 사장은 “띠아모는 아이스크림 원료만 한달 3억~4억 가량 수입해 원료 단가를 낮췄다. 제반 비용과 본사 이익을 감안하면 물류마진을 25% 수준까지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업계 평균보다 낮은 15~18% 선으로 유지해 가맹점 수익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티 비롯해 본사도 수익구조 다양화해야

마진 수준을 두고 가맹점과 분쟁이 이어지며, 물류마진을 최소화하고 사후 관리비용 개념인 ‘로열티’를 받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로열티 수령이 일반화돼있지만, 사후관리가 약한 국내 시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이 발전하고 본사 관리력도 높아지면서 로열티를 도입하는 본사가 늘어나고 있다.

무점포로 운영되는 잉크충전전문점 ‘잉크가이’는 매달 15만원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회수율도 80% 이상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영업지향형 업종이라 본사의 브랜드 홍보, 대표 번호 통한 주문 배분, 대기업과 연계한 B2B 사업 등이 가맹점 영업에 도움을 준 덕이다.

잉크가이 최윤희 대표는 “본사 물류마진은 10% 내외로 책정하고 있지만, 노동지향형 사업이라 원가비가 10%도 안 될 정도로 적어 물류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가맹점 영업지원과 관리력 강화로 적정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예 가맹점에서 얻는 이익을 최소화하고 부가 수익구조를 발굴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직영점 운영, 상품 유통 등 파생 사업 확장 등이 대표적 방안.

직영점 운영 본사 재정을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과 관리 노하우 없이는 오픈과 운영이 만만치 않아 신생 브랜드나 중견 브랜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왕대감 왕갈비’는 현재 직영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얻는 수익은 월 평균 4000~5000만원 선. 가맹점보다 투자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어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왕대감 송교원 이사는 “모두 100평 이상 대형 매장인데다 인력도 많이 투자돼있어 유지비가 많이 든다”면서 “왕대감은 10년 가까이 직영점을 운영한 노하우가 있고, 직접 물류 공장을 운영해 자본 여력이 있어 가능하지만, 초기 브랜드는 쉽게 시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품유통 라면, 주류전문점, 대기업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유통업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고, 대부분 대기업 완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적인 수익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틈새라면’은 지난해 GS25시 편의점과 제휴해 일반 상품 유통을 시작했다. 가맹점용 공급품과 달리, 면과 건더기, 소스를 함께 판매하므로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메뉴와는 맛에 차이가 있다.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유통 단계가 증가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본사 수익으로 돌아오는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 본사 측 설명.

‘홍초레드스테이션’도 GS25시와 연계해 ‘불쥐포’를 판매한다. 자체 생산품은 아니지만 핵심 소스인 ‘홍초 소스’를 제공, 쥐포생산업체화 협력해 공급하고 있다. ‘와바’는 자체 브랜드 맥주를, ‘뚝탁’도 참살이탁주를 일반 마트와 수퍼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들 본사는 모두 “당장의 이익보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향후 유통사업을 위한 기반 닦기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피부관리사, 자동차 정비공, 중식 요리사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해 공급하거나, PC를 기반으로 게임사업과 PC사후관리 등을 추가하는 등 관련 사업 확장 추세도 뚜렷하다.

가맹점주 인식전환도 필요

관련 분쟁에 대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본사가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는 것 못지않게 가맹점주가 본사의 적정 마진을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매업자는 판매가 목적이라 1%든, 5%든 이익만 남으면 판매한다. 그러나 본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가맹점주가 판매하기 편하도록 제반사항을 마쳐 공급하기 때문에 단순 판매마진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는 말이다.

본사 물류는 가맹점주가 효율적인 영업을 하도록 돕는 ‘맞춤형 물류’다. 삼겹살은 무게만 재서 나가면 되도록 슬라이스 형태로 공급하고, 각종 식자재는 본사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 대로 조절만하도록 제공된다. 일부는 포장 한 개당 한 메뉴가 세팅될 수 있도록 하는 원팩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 균일한 식자재를 공급해 어느 가맹점에서도 같은 품질의 식자재를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

본사 마진에 반발해 사입을 하면 당장 원가비는 절감할 수 있겠지만, 균일하지 않은 식자재로 품질유지가 어려워져 고객에게 외면받게 된다.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로열티 납부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해외 브랜드 가맹에 따른 로열티는 자연스레 납부하지만, 국내 브랜드 로열티는 납부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창업전문가들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동지라는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분쟁은 끊일 수가 없다”며 “본사는 적정 마진만 취하고, 가맹점주 역시 물류마진이나 로열티 등 인정할만한 비용은 납부해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