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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아서)⑥해외서 더 빛나는 한국기업

윤진섭 기자I 2008.12.26 10:40:25

국내 건설사, 중동 초고층·플랜트 독식
`프리미엄` 삼성·LG전자, 글로벌 넘버원

[이데일리 윤진섭 정재웅 류의성 기자] '가동중단, 감산, 감축, 공포, 추락, 비상경영···' 한국 경제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말들이다. 그만큼 경제흐름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산업 현장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여만에 찾아온 위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모두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를 직시하되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우리는 달러가 없어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나라를 수년만에 세계 5대 외환보유국으로 바꾼 저력을 발휘했다. 세계개발은행은 이를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적은 또 있다. 전쟁 폐허를 겪은 세계 최빈국을 수십년만에 메모리반도체· LCD· 디지털TV· 조선 세계1위, 조강(철강)생산 세계5위, 자동차생산 세계6위의 10대 세계경제대국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희망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고 했다. 희망만 가지면 그곳에서 행복의 싹이 움튼다고도 했다. 위기가 불러오는 불안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경험이 축적돼있고, 10년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산업경쟁력과 기술력, 우수한 인재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제 그 자산을 써 볼 '기회'가 왔다. 위기는 곧 기회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린다면 위기극복이라는 알찬 열매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편집자)

▲ 삼성건설이 시공 중인 세계 최고(最高) 버즈두바이 빌딩, 한국 건설업체의 기술력과 위상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장면1.
2004년 12월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이 아랍에미리트 버즈두바이 시공사로 선정된 것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는 상징적인 공사지만 총 공사비는 9억5000만 달러로,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만 떠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건설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삼성건설이 갖고 있는 코어웰 형틀시스템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수익을 맞출 수 있다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버즈두바이 건설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삼성건설은 주목했다

버즈 두바이 공사를 통해 `초고층 건축=삼성건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중동에서 쏟아질 각종 초고층 빌딩 공사 수주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건설의 생각은 적중했다. 세계 최고의 마천루로 우뚝 선 버즈두바이는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삼성건설은 수익과 함께 세계 최고의 건축물을 짓는 건설사라는 명성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건설은 중동 건축시장에서 우위를 보였던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팜제벨알리 교량공사, 두바이익스비션월드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속속 수주하고 있다.

◆ 장면2. "LG제품은 효율적이고 믿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에 고급 제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왕족인 셰이크 빈 사이드 아메드씨. 그는 집에서 LG 스칼렛LCD TV와 스팀트롬 세탁기, 에어컨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조만간 LG전자의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중동지역에서 LG전자 제품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중동지역에서 1위 제품만 LCD TV, 에어컨, 냉장고 등 수두룩하다. LG전자  LCD TV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이라크 35%, 레바논 33%, 이스라엘 21%, 이집트 31% 등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동 법인에 거주하는 LG전자 직원들의 땀과 열정을 쏟아 부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LG전자는 중동지역 내 승마, 골프대회에 스폰서를 참여해 인지도를 쌓았고, 여기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 호텔에 LG전자 제품을 공급하는 영업 전략도 구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의 LCD TV는 두바이 알 나심 타워, 7성급 버즈 알 아랍 호텔, 바바리아 호텔, 두바이 몰에도 설치돼 고급 가전제품으로 입지를 착실히 다졌다.

◇ `플랜트·초고층` 한국기업 독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건설(000720), 삼성건설, 두산중공업(034020) 등 업종별 간판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지역 초고층·플랜트 시장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등 독주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선전하는 데는 공사 전 계획을 철저히 공기를 최대한 앞당기면서 발주처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최전선에 있는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곧 싸구려라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10여년 전 이미 깨뜨렸다. 현재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세계 1위 기업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깃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고층 건축과 석유·담수플랜트 시장에선 독주라고 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카타르에서 역대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38억달러(현대건설 몫 20억달러) 규모의 라스라판 전기·담수 복합화력 발전소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65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 5월 현대건설, GS건설(006360), SK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들이 총 83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최대 정유 플랜트 사업(알주르)을 싹쓸이 했다. 이밖에 GS건설의 이집트 모스토로드 정유공장 건설과 아랍에미리트 그린디젤 정유시설 건설 사업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현장에서 우리 기업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담수플랜트 시장에선 두산중공업(034020)이 세계 1위 기업으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중동지역 담수플랜트 시장에 뛰어든 두산중공업. 지난 1991년 걸프전이 터졌을때도 철수하지 않은 신뢰를 바탕으로 중동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 두산중공업은 원모듈 공법을 개발, 2000년 이후 중동지역에서 발주한 담수플랜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건설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전경.

특히 세계 최초로 원 모듈 공법을 개발, UAE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등 2000년 이후 중동지역에서 발주한 담수플랜트를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세계의 해수 담수화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뛰어난 실적을 발판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은 올해 사상 최대인 500억 달러 해외 수주 돌파라는 신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 불황도 세탁한 LG세탁기..북미 1위

전자업계 역시 뛰어난 기술력과 현지화를 바탕으로 북미와 중남미, 유럽, 중국, 중동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삼성전자(005930)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앞세워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서 있다.

▲ LG전자는 세탁 용량을 확대한 드럼세탁기를 발판으로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세계 1등 상품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고급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된 TV 8대 중 7대가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실제 삼성전자의 LCD TV는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20.2%(539만대)의 점유율을 기록, 13.8%를 기록한 소니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LG전자(066570) 세탁기는 시장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 세탁기(건조기 포함) 시장은 지난해 880만대에서 올해 840만대 규모로 줄 전망이지만, LG전자의 판매량은 오히려 120만대에서 150만대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성공 배경에는 고객 중심의 신제품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미국 시장에서 2006년부터 히트를 친 드럼세탁기(앞문형) '디스커버리'. 당시 LG는 시장 조사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빨래 양에 비해 세탁기 용량이 너무 작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LG전자가 연구 끝에 내놓은 게 드럼세탁기. 이 제품은 적은 공간에 보다 큰 용량을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북미 시장 최대용량(15㎏)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그 결과 디스커버리는 대당 160만원의 만만찮은 가격에도 2년여간 월 평균 4만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이에 따라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1.1%, 매출액 기준으로 23.6%에 달한 반면 월풀, 켄모어, GE 등의 매출 비중은 줄었다.

◇ 유럽 미국 동남아 어디서나 터지는 `삼성 애니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삼성전자를 각인시켜준 최고의 상품은 휴대전화다.
 
▲ 인스팅트폰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에서 2006년 스마트 폰인 블랙잭 시리즈를 시작으로 풀터치스크린 폰인 터치위즈폰과 인스팅트폰를 앞세워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오래전부터 가격이 아닌 품질과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은 올해 북미, 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3개 시장에서 동시에 점유율 20%를 돌파하는 `트리플 20`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북미에서 22.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이 시장 터줏대감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으며 서유럽과 동유럽,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각각 22.7%, 28.5%, 20.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삼성전자가 1997년에 미국 휴대폰 시장 진출한 지 11년 만에 달성한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미국은 통신기술의 본고장으로 작년 기준으로 연간 1억 7490만대의 휴대폰이 판매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폰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A(스트래지 애널리틱스)는 삼성의 성과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상이 강화되고 4대 통신사업자를 겨냥해 다양한 히트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것이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또 동유럽시장은 향후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으로 꼽히며, 중동·아프리카 지역도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하며 기존에 노키아가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대부분 조사기관에서 내년 세계 휴대폰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시장과 신흥시장 제품에 대한 수요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는 스마트폰과 터치스크린폰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고, 신흥시장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특화형 휴대폰을 선보이며 시장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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