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째 간담회만 되풀이… '나쁜 임대인' 인천공항공사

김무연 기자I 2020.03.22 13:46:03

2월 20일부터 3월 19일까지 면세점 업계와 세 차례 간담회
"어려움 인지, 지원방안 강구하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두 차례 간담회 끝 지원방안…실질적 도움 안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면세점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을 듣겠다며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한 달 넘게 이렇다 할 지원책은 내놓은 게 없어서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인천공항공사는 본사 회의실에서 상업시설 대표단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비롯해 면세점 7개사, 식음매장 7개사 등 인천공항 입점 14개 상업시설 대표자와 임원들이 참석했다. 공사 측이 면세점 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건 이번이 3번째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해 임대료는 물론 근무자들의 급여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지원이 늦어질 경우 매장 철수와 그로 인한 고용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가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구 사장은 “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상업시설 사업자 분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실행 가능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간담회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했다. 지난달부터 인천공항공사는 업계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상황을 듣고 의견을 청취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은 없었다.

처음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7개사의 면세점 점장들은 임대료 인하를 강력히 촉구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지침이 없다고 대응했고, 다만 영업시간 단축 등은 고려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 12일에는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사장),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등 대기업 면세점 대표들이 구 사장을 만나 임대료 인하를 호소하며 면세점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구 사장은 16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회의에 참석해 대기업 입점업체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당국에 추가 지원을 건의했다.

그러나 1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업계 추가 지원방안’에는 면세업계의 호소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지원방안에 따르면 공항 상업시설 이용자 중 소상공인(중소기업 포함)에 한정해 3월부터 6개월 간 임대료를 25% 감면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7개 면세점 중 그랜드관광호텔과 시티플러스 2곳뿐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들은 무이자로 임대료 3개월 납부 유예만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번에 감면 혜택을 받는 2곳의 임대료가 지난해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임대료 수익의 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입점사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임대료 인하 분의 50%를 보전해 주면서 임대료 감면을 활성화 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간담회 개최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앞서 2번의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상황을 충분히 알렸지만 지원책은 미미했다”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매번 간담회를 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 인천공항도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단순히 업계의 어려움을 경청하는데 의의를 둘 것이 아니라 국토부 등 주무 부서를 설득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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