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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에도 주춤한 현대차그룹 주가, 왜

윤필호 기자I 2018.05.01 11:00:00

1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에도 시장 냉랭…주가 1.27%↑
“전반적인 주주환원정책 등 부재 아쉬워…남북 해빙무드 속에 소외”
엘리엇 “소각 계획 고무적이나 기대 못미쳐…효율적 지주회사 구조 등 필요”

자료=마켓포인트 제공
[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현대차(005380)가 1조원에 가까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당초 투자자가 원하는 지속 성장을 위한 방안이나 지주회사 구조개선 등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0일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결정을 발표한 지난 27일 대비 1.27% 오른 16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발행 주식 총수의 3% 수준으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일부와 함께 시장에서 매입한 자사주 소각을 병행해 추진한다. 보유 중인 자사주 중 보통주 441만주, 우선주 128만주 등 569만주를, 보통주 220만주, 우선주 65만주 등 총 285만주 자사주가 대상이다. 이날부터 7월27일까지 취득해 3분기 중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한 반응이다. 당장 자사주 소각보다 전반적인 주주환원정책과 실적 성장을 위한 방안 등 청사진 제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아쉬운 점은 시점과 방법론인데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아 주식소각결정의 배경과 내용 및 향후 전망 등 현대차를 포함한 그룹 전반적인 주주환원정책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 동반됐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도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5.5% 감소한 6813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22조4366억원으로 4.0% 감소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도 “현대차의 주주로서 경영진이 발표한 자사주 일부 소각 및 추가 주식 매입 후 소각 계획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긍정적인 발전이기는 하지만 주주들이 경영진에 기대하는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보다 효율적인 지주회사 구조의 도입뿐만 아니라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 개선, 그룹 전반에서 기업경영구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채택할 것을 재차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경제협력 관련주(株)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상황도 이 같은 소외현상을 더 키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자동차보다는 대북 관련에 사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주주가치 제고가 첫 번째 목표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주된 관심사인데 이런 부분에서 빗겨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실망감이 크던 상황에서 위안이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실망감에 대해 일정부분 위안이 될 것”이라며 “엘리엇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환원 요구가 강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회사 측의 의지를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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