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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이 연 39%..대학가 고리사채 '기승'

이정혁 기자I 2012.10.30 10:05:34

대부업체 연 19~39% 학자금 대출
명문대에 대출금액 상향 등 차별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학자금 대출기간이 아니라도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구요. 명문대에 재학 중이면 대출금액과 금리 우대 혜택을 드립니다. 재학증명서와 주민등록등·초본 등 세 가지 서류만 가져오면 당일 20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서울소재 A 대부업체 상담원)

수도권의 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정모(25)씨는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5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매달 20만원이 넘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휴학을 선택했다. 정 씨는 “대부업체에서 방값 등 생활비를 빌렸는데 20%가 넘는 금리를 감당하기 힘들어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이자와 대출금을 갚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가에 대부업체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대부업체는 일반 고금리 대출을 학자금 대출로 둔갑시켜 주로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들을 울리고 있다.

문제는 정 씨처럼 연리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대학생 5037명의 고금리 대출 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빚이 있는 대학생 922명 가운데 188명(20.4%)이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부업체들은 ‘학자금 대출’, ‘취업준비금 대출’, ‘졸업생 대출’ 등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고금리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상품은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과 내용이나 조건은 거의 동일하다. A대부업체의 학자금 대출의 경우 금리가 신용도에 따라 최저 19%에서 최고 39%다. 미취업 학생을 위한 대출을 대표 상품으로 내건 B대부업체는 대출금리가 연 20% 중후반대다.

심지어 재학중인 대학에 따라 대출금 한도와 금리를 조정해 주는 대부업체도 등장했다. C대부업체는 ‘명문대 대출금 인상 및 금리인하’ 광고를 앞세워 성업 중이다. C대부업체 관계자는 “명문대는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대출금을 500만원 이상 늘려 2500만원까지 바로 입금 가능하다”며 “대출금을 완납하면 대출기록도 사라지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대부업체는 홈페이지에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정식 등록된 대출모집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유명 저축은행 수탁업체라는 문구를 써놓는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일정기간 기록이 남기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 제한 대상에 오르는 등 졸업 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 저축은행 수탁업체라고 내세우는 곳도 대출 중개소인 경우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자금 대출이자 납부나 원금 상환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는 최근 3년새 4배 가까이 증가, 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자금대출 신용유의자는 2008년 1만250명, 2009년 2만2142명, 2010년 2만6097명, 2011년 3만1363명, 올해 3만7167명(6월 기준)을 기록했다.

서울의 한 대부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화면. 간단한 구비서류만 갖추면 최고 39% 금리로 20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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