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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 일어난 ‘세계 최빈국’ 니제르, 원조 중단 위기

이명철 기자I 2023.07.30 14:44:59

‘러시아 vs 서방국’ 전략 요충지…EU 등 지원 커
연 20억달러 원조로 연명…국제사회 “원조 끊겠다”
미·EU·프 등 니제르에 바줌 대통령 조속 복귀 촉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가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원조 중단 위기에 놓였다. 니제르의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은 국가 경제 대부분을 원조로 충당하고 있는 니제르에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경고에 나섰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 군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 순방차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수억달러에 달하는 니제르와 경제·안보 파트너십은 지난 며칠 동안의 조치(쿠데타)로 명백한 위협에 처했다”며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 석방’과 ‘니제르 민주 질서의 즉각 회복’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니제르는 지난 26일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바줌 대통령을 억류했으며 이튿날 경호실장인 압두라흐마네 티아니가 자신을 국가 원수로 ‘셀프 임명’했다.

2020년 1월 취임한 바줌 대통령은 니제르가 1960년대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발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티아니를 인정하지 않는 한편 이번 사태를 규탄하고 바줌의 복귀를 촉구했다.

니제르 사태에 국제사회가 즉각 반응하는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이곳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니제르는 아프리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중국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세력에 대응한 사헬 지역(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의 보루로 여겨진다. 대량의 우라늄이 매장된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EU·프랑스 등은 니제르에 수천명의 군인을 파견했으며 군사 원조와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니제르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연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공적개발 원조를 받고 있다.

미국은 니제르에 안보·개발 원조로 수억달러를 제공 중이며 EU는 2021~2024년 니제르에 5억30만유로(약 7044억원)를 배정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억2000만유로(약 1690억원) 규모 원조를 제공했다.

EU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호세브 보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예산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 분야의 모든 협력 조치는 무기한 중단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니제르에 대한 모든 개발 원조와 예산 지원을 즉각 중단했으며 바줌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했다.

아르리카연합(AU)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고 선출된 정부의 무력 찬탈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니제르 군부에 15일 이내에 부대로 복귀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30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니제르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니제르에 대한 추가 경제·금융제재 등이 안건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니제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압두라흐마네 티아니가 국영방송에 나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니제르에서 러시아 등의 영향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용병기업 바그너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니제르 사태에 대해 “니제르 국민들이 식민지배자들과 투쟁한 것”이라며 “효과적으로 독립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최근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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