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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대안 `안갯속`…순환출자규제 포함될까

이정훈 기자I 2006.11.27 10:55:20

여당 내부 `출총제 완화안`에 반발…논의 원점으로
순환출자규제 요구 `만만치 않아`…당론화 여부도 불투명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지 않고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잠정 합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출총제 대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당 내부에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출총제 완화 또는 폐지 요구에 못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만큼 정책의총에 위임된 당론 마련이나 정기국회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내 `이견`노출…순환출자규제 도입놓고 갑론을박

27일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는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지 않고 출총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종전 당정간 잠정 합의안에 대해 여당 내에서 거센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난상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과 정부측 고위인사를 제외하고 단 한 명의 배석자도 없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채수찬, 김현미, 박영선, 천정배, 이미경, 송영길 등 상당수 의원들이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지난 15일 열렸던 당정협의에서 당내 실용주의 노선으로 분류되는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 등이 정부와 마련했던 단일안을 전면 부정한 것.

이 자리에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 채수찬 의원은 "과거 상호출자 규제 마련 과정에서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인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 역시 "경기 활성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두 가지 가치 가운데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순 없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해도 후자를 위해 순환출자 규제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의원도 "출총제는 추가로 완화하거나 폐지할 수 있지만, 순환출자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 만큼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는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영선, 김현미 의원 등은 현행 출총제를 완화해 유지하면서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며 당초 공정위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경기 활성화와 기업 투자의욕 제고를 위해 출총제를 추가로 완화하거나 무조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신학용, 김혁규 의원은 "순환출자 규제가 도입될 경우 국민들이나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출총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환상형 순환출자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후규제가 바람직하다"며 "출총제 완료 시점에 순환출자 규제라는 새로운 규제를 포함시킨다면 국민들이나 재계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정부안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도 "순환출자는 현재 상호출자 규제만으로도 규제 가능하다"며 "투자가 늘어날 것인지와 무관하게 국민이나 재계가 대표적인 규제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출총제는 이번에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은 정책의총으로…당론화·국회통과 `불투명`

이처럼 출총제 대안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의견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정부를 배제한 채 모든 의원들이 참석하는 정책의총에서 단일안을 마련, 정기국회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원 합의에 의한 당론 채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필요할 경우 표결까지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출총제 대안이 당론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순환출자 규제에 동조하는 의원수가 만만치 않지만, 당내 정책위를 장악하고 있는 의원들이 출총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선거철이라는 변수도 있기 때문.

표결까지 강행한다 해도 찬성표가 압도적이지 않을 경우에는 과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과 마찬가지로 `당론`보다는 `권고적 당론` 정도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단일안이 있고, 채수찬 의원이나 김현미 의원이 제출했거나 준비중인 안이 있고, 당내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당내에서 하나의 접점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당론이 정무위에 상정되더라도 `출총제의 무조건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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