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삼성전자(05930)가 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들과 유럽 기업들에 비해 눈에 띄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자로 보도했다.
특히 최근 삼성과 소니가 영화 "스파이더맨"의 배경에 나오는 삼성 광고를 두고 벌인 대립 또한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주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소니의 대주주인 컬럼비아사가 최근 개봉했던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뉴욕 맨해튼 타임 스퀘어 장면에서는 원래 한 건물 벽면에 삼성전자의 광고 입간판이 있었다. 그러나 소니는 경쟁업체에 대한 간접광고가 되는 것을 의식, 그래픽 처리를 통해 이를 지우고 USA투데이 광고로 대체했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뉴욕남부법원에 "디지털 프라이버시"로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여전히 소송은 결론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광고가 다시 영화에 등장한 것으로 소니와 삼성전자의 대립은 일단락됐다.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부문 대표는 "소니는 삼성전자를 타임 스퀘어에서 사라지게 하고자 했지만 삼성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이번 건이 삼성전자의 위상을 일깨워 주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WSJ은 삼성전자가 지난 97년말 한국이 겪었던 경제위기 이후 살아남아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라며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전체 7만명이 이르는 직원 가운데 3만명을 해고하고 비핵심분야를 정리하는 한편 부상하고 있는 무선기술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살 길을 모색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삼성은 이 결과 세계 최대의 메모리칩 생산업체와 세계 1위의 평면 모니터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 2위의 DVD 플레이어 생산업체, 세계 3위의 이동전화 생산업체가 될 수 있었다고 신문은 밝혔다.
WSJ은 특히 삼성전자가 이동전화 단말기와 DVD, MP3 플레리어와 디지털 TV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등에 비해 세계시장 인지도 면에서 "성배(holy grail)"를 들었으며 소니라는 "토끼"를 따라 잡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미 소니를 제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소니가 여전히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긴 하지만 더이상 삼성전자가 소니를 지원해 주는 입장에 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동진 삼성전자 아메리카 대표는 "우리는 이동전화와 평면패널 스크린 이외에도 오디오와 비디오, DVD 등에서 소니보다 낫다"고 자평했다.
소니는 삼성전자를 아직 경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은 "삼성은 소니를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디자인 등에 있어 기준모델로 삼아왔으며 여전히 소니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니는 삼성이 현재 소니에 대한 공급업체 이상으로 성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데는 글로벌 마케팅에서 맹공을 펼치고 있는 지난 99년 영입한 이민 1.5세대 에릭 김의 역할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광고업체 55개를 하나로 통폐합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4억달러의 예산을 쏟아 붓는 공격적인 정책을 구사했다.
타 업체와의 활발한 제휴도 삼성전자의 위상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시어즈 로벅의 전자부문 머천다이징 부사장인 레이 브라운은 "2년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3등급 업체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톱 레벨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시어즈로벅은 지난해 대학 풋볼게임 광고에 삼성전자의 고화질 TV를 프로모션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스프린트 등 미국 기술 및 전화업체들과의 제휴관계를 늘려가고 있으며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던 미국 소매유통업체들의 인식부족도 제휴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미국내 매출은 DVD와 이동전화단말기, 디지털 TV등에 대한 수요증가를 기반으로 지난 99년 이래 28억달러까지 두배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2조9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개가를 올렸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8억달러로 소니의 52억달러에 뒤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소니에 대한 위협은 "스파이더맨" 에피소드로 인해 분명해 졌으며 회사 내부에서는 미국은 물론 80~90년대 일본과 유럽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세계시장을 휩쓸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