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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감중 사망한 美억만장자 엡스타인…"살해 가능성 수사"

방성훈 기자I 2019.08.11 14:30:27

교도관들 "독방서 숨진채 발견…전날 밤 자살 추정"
엡스타인 변호인 "매우 안타깝지만 수사要"
美법무부 "FBI과 조사 진행할 것"
피해 여성들은 분통…"스스로 목숨 끊은 엡스타인은 겁쟁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감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 안에서 스스로 목슴을 끊
성매매 등의 혐의로 체포 및 수감된 이후 미국 뉴욕주 성범죄자신상정보 제공에 올라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엡스타인의 모습. (사진=AFP)
었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독방에 수감돼 있던 엡스타인은 이날 오전 6시30분경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교도관들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전날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날 아침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엡스타인 독방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확인 결과 그가 목을 매고 있었으며, 즉시 인근 병원으로 그를 이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에도 교도소에서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교도소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목 주변에는 멍 같은 타박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살방지감시를 받았으나 대상에서 해제되자마자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타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보스턴의 유명한 범죄조직 총수 제임스 버글러가 웨스트 버지니아주 교도소로 이감된 직후 살해당하는 등 미국 교도소 내부에서 살인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교도소 측은 그가 ‘특별 입소자 구역’이라는 감시가 엄중한 시설 안에 구금돼 있기 때문에 자살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설엔 유명인사 재소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일반범과 격리 수용돼 있다.

엡스타인의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면서“엡스타인의 사망 원인을 확정할 수가 없다. 경찰이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그간 보석금으로 최대 1억달러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서 교도소 생활을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뉴욕 연방 지방법원은 보석 신청을 기각했는데, 이러한 배경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 사스 공화당 상원의원(네브래스카)은 10일 바 장관에게 이번 사건 뒤로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면서 “법무부와 교도소의 모든 사람들, 법무부 담당관에서부터 야간 당직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엡스타인의 자살 위험을 숙지하고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그의 어두운 비밀들이 그의 죽음으로 묻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진상 규명 목소리가 커지자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엡스타인 죽음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검사실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억만장자가 된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초 체포·기소됐다. 당시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들은 14세 전후 소녀들로 알려졌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45년의 징역형이 예상된 터였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엡스타인이 199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여성 20여명과 파티를 벌인 적이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

엡스타인은 지난 2008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감형 협상(플리바게닝)을 벌여 형량이 무거운 연방 범죄 대신 주(州) 범죄인 성매매 2건만 인정하고 13개월을 복역했다. 당시 연방검사장을 지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 노동부 장관은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지지면서 지난달 12일 결국 사임했다.

한편 이날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 여성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겠다”며 “겁쟁이였던 엡스타인은 피해자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 여성의 변호인인 리사 블룸은 워싱턴포스트에 “엡스타인의 모든 재산에 대한 동결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엡스타인에 의해 삶이 무너진 피해자들은 완전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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