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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홍보 나선 아베…중동에 `선물 보따리`

이정훈 기자I 2015.01.18 14:36:12

이집트서 "평화주의 일본" 홍보 ..집단자위권 염두
IS소탕-인프라 27억불 지원..이스라엘과는 경협 확대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카이로에서 이브라힘 말랍(오른쪽) 이집트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집트와 주요 중동 국가를 차례로 순방하면서 `일본=평화주의`라는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집단 자위권 확보를 위한 홍보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는 중동 국가들에게 수조원대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통큰 선물 보따리도 함께 풀고 있다.

아베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오전 첫 순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가진 연설에서 “국제 협력을 기반에 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가치 아래 일본은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능력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전후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었다”며 “오늘날까지 평화 국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집단자위권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집단자위권 행사의 근거로 평화국가 일본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발언은 사실상 집단자위권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 변경을 준비 중이다. 평화헌법 9조는 일본의 국가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해서는 헌법해석 변경이 불가피하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해 7월 호주를 방문해 집단자위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당시 호주 연방의회 연설에서 “집단자위권 용인 이후 호주 및 미국 간 3개국 안보분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TV도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평화국가 일본을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는 8월 발표를 앞둔 패전 70주년 담화와 관련해 “전후 일본이 걸어온 자유, 민주주의, 평화, 경제, 번영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담화에 나타날 내용은) 국제 사회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중동에서의 평화 정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날 아베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며 IS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개발원조(ODA)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카이로에서의 연설에서 “중동지역을 둘러싼 정세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닥쳐있다”면서 “테러가 중동 지역에서 널리 퍼지면서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감당해야 할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의 안정은 일본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라며 인프라 정비와 인도적 지원 등 비군사 분야에 대한 무상 자금 협력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IS로 생활 터전을 잃은 시리아 주변 난민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2억달러 규모의 IS 소탕을 위한 비군사적 지원과 함께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해 인프라 등에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일 일본 총리로서는 지난 2006년 이후 9년만에 처음 이스라엘을 방문할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중동지역의 안정이야말로 전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초석이 될 것이며 이는 일본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지역에서의 테러리즘과 대량 학살용 무기 등을 방치한다면 전세계에 미치는 피해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식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으로 믿는다”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가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을 진전시키기 위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이를 강조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2주일전 내각에서 승인한 이스라엘과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찾는 아베 총리는 100명 이상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와 재계 지도부들과 만남을 갖고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양자간 경제 협력 확대가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주 일본은 이스라엘로부터의 수입액을 오는 2020년까지 현재의 1.5배인 11억달러로 늘리기로 하고 도쿄에 이어 오사카에도 무역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과학기술, 우주분야의 공동연구 자금조성 규모를 50% 정도 확대하고, 2017년까지 일본 관광객 유치를 45% 늘리는 한편 향후 3년 안에 일본 청년리더 500명을 초청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오는 21일까지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잇달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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