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5년 후 매출 1조 올린다더니…1년만에 주인 바뀐 새내기株

이명철 기자I 2017.06.06 11:00:42

올해 최대주주 변경 9개 중 1개, 상장 3년도 안돼
중장기 비전 세웠지만 실적은 하향세…M&A에 노출
무리한 신사업과 경영권 분쟁 속 주가 하락하기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202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지난해 초 한 부품업체 대표이사가 기업공개(IPO)로 300억원 이상을 조달하면서 내세웠던 목표다. 하지만 상장 1년 여만에 주인이 바뀌었고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상장 초기 반짝 올랐던 주가도 꾸준히 하락, 지금은 공모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겠다며 증시에 입성한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상장 1~2년만에 바뀌는 사례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상장 당시에는 투자자들에게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작 회사를 팔 궁리를 하는 것이다. 회사를 매각하면 수백억원대 현금을 쥐게되지만 회사를 믿고 성장 기대감에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대감대비 성과 부진…매각 유혹 몰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밝힌 코스닥 상장사는 총 79개(중복 제외)로 집계됐다. 이중 상장한지 3년 미만인 새내기주가 9개(11.3%)다.

상장 연도별로는 2014년 파티게임즈(194510), 와이제이엠게임즈(193250)(옛 영백씨엠), 지난해 하반기 이에스브이(223310), 에치디프로(214870) 등이 있다. 2015년 12월과 지난해 2월 증시에 입성한 코디엠(224060), 아이엠텍(226350)은 벌써 두차례 이상 최대주주가 바뀌기도 했다.

이들 새내기주는 IPO 당시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바빴다. 중국 텐센트로부터 약 2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파티게임즈는 중국 진출 기대감이 컸고 반도체·디스플레이(코디엠·리드(197210))나 스마트폰(아이엠텍), 4차 산업(이에스브이) 등 당시 관심이 높던 사업을 통해 저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글로벌 10위권’이나 ‘매출 1조원’ 등 그럴듯한 목표도 내놨다. 하지만 불과 1~2년 새 비전만 남겨둔 채 주인은 사라지고 말았다.

상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대주주가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성과 부진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대주주가 그룹 내 지주사로 바뀐 레이언스(228850)를 제외한 8개사의 상장 후 실적이 이전보다 크게 나빠졌다.

아이엠텍 영업이익은 상장 직전인 2015년 177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2억7500만원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파티게임즈, 코디엠, 이에스브이는 상장 이듬해 각각 63억원, 40억원,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이익 증가세를 이어간 곳은 와이제이엠게임즈 뿐이었다.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상대적으로 인수합병(M&A) 세력에 노출되기 쉬운 표적이기도 하다. 구주 매출과 신주 공모를 거치며 최대주주 지분율은 낮아져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에 경영권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는 주주 몫

주인이 바뀌어도 경영이 순조롭다면 문제없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기업 인수에 자금을 투입한 새로운 최대주주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신사업을 장착하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무자본M&A 세력과 엮이거나 주식 양수도 계약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해 발생하는 피해는 투자자 몫이다.

코디엠은 상장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에 반도체·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전문기업이었지만 최대주주가 바뀐 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의료기기 관련 매출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수억원에 그쳤고 지난해 반도체 사업 매출은 전년대비 크게 감소했다. 리드는 올 4월 베트남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장기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는 등 내홍을 겪었다. 각각 4만원, 3만원에 육박했던 이들 회사 주가는 현재 2000원에도 못 미친다.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감안해도 낙폭이 크다.

이에스브이는 신사업인 사물인터넷(IoT)·드론 성장이 주춤한 반면 주력사업인 대시캠 매출액은 지난해 304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이엠텍은 인수측의 무리한 차입과 투자조합 해산 등으로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면서 혼란을 키웠고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80% 이상 떨어진 4000원선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한 이후에도 고성장할 것 같지만 사실상 IPO 당시 실적이 고점인 경우도 많다”며 “새내기주에 접근해 인수하고 주가를 띄우려는 세력도 있는 만큼 비전에 현혹되지 말고 꼼꼼히 살핀 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