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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정든 과천 떠나는 공무원들 "눈물 핑 도네요"

윤도진 기자I 2012.12.02 13:25:20

과천청사 이전 첫날 표정..착잡함·아쉬움 '가득'

국토해양부 세종시 이전 기념행사에서 화물차가 출발하는 가운데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국토해양부)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방금 첫 이사 차량이 경적을 울리면서 출발하는데…겉으론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마음이 짠하고 코끝이 찡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국토해양부 김 모 과장·48)

과천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세종청사 시대를 열기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이사를 시작한 지난달 30일, 차가운 초겨울 날씨에 이전 첫 주자로 나선 국토해앙부 직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 오전 국토부는 가장 먼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을 기념하는 ‘아듀, 과천청사’ 퍼포먼스를 열었다. 색색 풍선들과 화환으로 치장한 이삿짐 차량 등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려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역력했지만 직원들의 표정에는 착잡함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1983년 과천에 처음 왔을 때,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청사까지 흙길을 걸어온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천 시대에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동계올림픽 유치, 여수엑스포 개최 등 국격 향상을 이뤄냈습니다. (과천을 떠나는 게) 많이 아쉽고 정들었던 시설과 도와줬던 사람들이 계속 생각날 겁니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최고참 격인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한마디한마디에 힘을 주면서 담담하게 과천을 떠나는 소회를 얘기했지만 목소리 끝은 떨렸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관 발표 중엔 눈가를 훔치는 여직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런 씁쓸한 분위기는 이사업체가 대형 화물차량에 붙인 플래카드에서도 드러났다. 첫 이삿짐을 맡은 CJ대한통운 측은 애초 차량 플래크드에 ‘경축’과 ‘환영’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토부 측은 직원들 분위기를 감안해 이런 수식어를 빼고 차분하게 ‘국토해양부 세종시 이전’ 정도로만 써붙이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이사를 시작한 국토부는 다음 달 16일까지 본부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항공철도사고위원회 등 직원 1600여명과 5톤차량 600여대 분량의 이삿짐을 세종시로 옮긴다. 이전 기간 중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이사에 걸리는 기간이 3주나 된다.

권 장관은 ”세종시는 선진국 도약을 향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도시“라며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이사해 가는 모든 부처 공무원들과 관련기관 종사자들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도엽 장관이 국토해양부 직원들과 세종시 이전 기념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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