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 올해 4분기 미국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 것이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9월 FOMC 핵심은 극단적인 데이터 디펜던스 강조였다”면서 “시장의 관심은 내년 경기로 이동할 전망이며 4분기 근원소비 둔화 전망을 감안하면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FOMC 회의 이후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35.7%에서 39.4%로 상승,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43.9%로 전날(42.7%) 대비 올라갔다.
그러나 시장이 이날 FOMC회의가 매파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미국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모두 상향 조정하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전망은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이는 쪽으로 이동했고 내후년과 2026년에도 중립금리(2.5%) 이상의 금리 수준이 제시됐다. 연준의 경기 자신감과 고금리 장기화에 미 국채 시장은 요동치게 됐다.
이에 국내 시장은 간밤 미국채 금리 흐름을 반영해 약세가 예상된다. 전일 3년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각각 3.890%, 3.963%를 기록하면서 연 고점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이날 다시 추가 상승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의 경기 호조에 따라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약된다는 점에서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의 차별화가 전망된다.
연내 한미 금리 역전폭이 2.25%포인트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은 최소한 금리를 동결하는 수준에서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 역전폭과 환율 불안정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3년물 금리는 하방 지지력이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경기를 반영하는 10년물 금리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경기 회복세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하게 되면 경기에 대한 시각은 나빠질 수 있다. 장기물 금리의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일 한국은행이 5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4조원 가량을 투입하며 단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에 나선 만큼 7일 이하 초단기물 금리는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일 1일물 콜금리는 3.619%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날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 메시지도 나왔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4분기 고금리 예금 만기도래 등에 따른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일일 유동성 점검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금융권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선제적 대응하겠다”며 “단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은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장 마감 이후에는 미국 8월 경기선행지수와 주택판매지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발표되는 만큼 당분간 시장은 미국 경기 지표를 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