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옛 통일교 조사 검토…"해산명령 청구 가능성도"

방성훈 기자I 2022.10.16 13:53:01

日정부, 종교법인법 질문권 근거 법 위반 혐의 등 조사 가닥
정치권 유착 논란·잇단 피해신고에 소극 대응서 방향 전환
"질문권 행사, 해산명령 청구 전단계…교단 상대로는 처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정부가 정치권을 둘러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논란이 확산하자, 교단을 상대로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이 16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종교법인권을 박탈하는 해산명령 청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도쿄 본부.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옛 통일교가 법령 위반 등 해산명령 요건에 해당하는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종교법인법의 질문권 규정에 근거해 이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질문권 행사 여부를 문부과학성 종교법인심의회에 자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법인법의 질문권은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 이후 법 개정을 통해 마련된 규정으로, 정부 관계부처는 이에 근거해 교단에 질문 및 업무·관리운영에 관한 보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해산명령 청구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지금까지 종교단체를 상대로 활용한 전례는 없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또한 조사 결과 옛 통일교가 ‘현저하게 공공복지에 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행위’, ‘종교잔체의 목적을 현저히 일탈한 행위’ 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이 소관 관청이나 검찰의 청구를 받아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베 신조 전 총리 살해범이 범행 동기로 언급한 옛 통일교의 조사와 해산명령 청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나 옛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일반인 관련 피해 신고도 급증해 태도를 전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자민당 의원 3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옛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일본 정부가 지난달 5일 개설한 옛 통일교 전화 상담 창구에는 같은달 28일까지 2200건 이상의 피해 의심 사례가 접수됐다.

옛 통일교 논란이 불거진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20∼30%대까지 급락했다. 기시다 총리는 1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옛 통일교 조사 방침 및 피해자들의 구제방안 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고액 기부를 취소하거나 소비자 계약법을 개정하는 등의 대책이 거론된다.

닛케이는 다만 “질문권을 행사하더라도 옛 통일교 측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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