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건대충주병원, '응급실 유튜버 의사' 직위해제…의협 징계요청도

김보겸 기자I 2020.05.01 10:36:41

건대충주병원, 1일 '응급실 브이로그 논란' 입장문 발표
응급의학과 A교수 직위해제 완료…추후 협회 징계 요청
"많은 분들 염려 공감하지만…학생들 교육용 영상일 뿐"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건국대 충주병원이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촬영해 개인 유튜브에 올린 이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징계 요청도 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유튜브 ‘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에 교통사고 환자에게 심폐소생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사진=유튜브 캡처)
1일 건국대 충주병원은 성명문을 통해 유튜브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로그]’를 운영한 응급의학과 A교수를 직위해제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측은 “4월 29일 오후 4시 병원윤리위원회를 개최, 당사자를 직위해제 조치했으며 추후 (대한의사협회) 징계 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만큼 이 사건에 관해 많은 분들이 염려하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교수의 수술 중 보디캠 촬영은 학생들에게 진단과 치료 과정을 보여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촬영으로 진료에 지장이 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병원은 “해당 의료진은 보디캠을 응급실 내 폭력과 폭언 대비책으로 촬영한 것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며 “문제가 된 영상은 응급실 임상 경험이 적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응급실 진료시 발생하는 혼잡과 우선 시행해야 하는 응급처치 등을 실제 영상을 통해 교육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얼굴과 사복은 ‘블러(흐릿한 모습)’ 및 흑백 처리를 통해 신원 노출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처리했으며 내원 일시, 자세한 병력, 정확한 진단명 등도 노출되지 않게 해 환자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A교수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치료하는 영상을 올려 의료 윤리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적나라한 모습을 흐릿하게 처리하기는 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식이 없는 한 남성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와 심폐소생술을 받고 사망하기까지 과정이 담겼다. 같은 날 올라온 또다른 영상에서는 환자의 둔부가 드러나고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이물질을 꺼내는 장면까지 나왔다. 논란이 일자 지난달 29일 새벽 3시쯤 A교수는 해당 채널을 삭제했다.

A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육용 영상이었다고 해명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슴에 착용한 보디캠 영상에 찍힌 응급처치 장면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이다. A교수는 “영상에 댓글 사용을 중지했는데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육 목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응급실 분위기나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려고 했지 돈을 벌 목적은 아니었다. 환자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직 응급실 의사들은 이러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의료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정용욱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촉탁의는 “A교수는 (응급실 상황이) 일상이어서 리얼리티 쇼처럼 접근했겠지만 이는 의사에 대한 믿음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의료 행위 과정에서 과잉 진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촬영) 동의를 구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의사와 환자 간 관계에 치료 외 제3의 행위가 생기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의협은 의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의사들의 SNS 사용이 늘어나며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의사와의 신뢰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담당 응급의가 본인의 SNS에 피해자의 목과 얼굴에 난 상처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의료 윤리를 어겼다는 지적이 일면서 의사들의 SNS 사용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가이드라인은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은 대중들에게 보건의료 정보를 제공해 소통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작성 즉시 그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고 내용을 추후 취소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의사 개인이 이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를 단순한 사적 공간으로 간주해 비전문적이거나 부정확한 정보 또는 의견을 게시할 경우 환자와 의사 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신뢰가 깨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