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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100만 촛불 켜진다…고민 깊어지는 세종문화회관

김미경 기자I 2016.11.19 14:49:14

“이 같은 시국에 공연 대신 집회 가야죠”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로 공연차질 불가피
집회시민 안전과 예정 공연 마무리 책임감
혼잡 우려해 사전 관람 포기 관람객 늘어
날림사업·이권개입 이중고 문화계는 참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학생들이 손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연일 광화문 광장 대규모 집회로 주변 혼잡이 예상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바랍니다.”

지난 12일 100만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서울 광화문 대규모 집회 현장. 광장 중심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날 낮부터 저녁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이 예정된 작품만 총 3편. 서울발레시어터 ‘발레볼레’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무대,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세종 직원들은 주말 휴일을 반납한 채 오전부터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했다.

이날 세종 체임버홀에서 실내악 공연을 열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은 이번 무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티켓 예매자 및 관객을 대상으로 총 4차례의 안내 문자를 보냈다. 공연 전날 미리 공연 및 교통안내 문자 2회, 당일 출입구 안내와 혼잡을 우려한 내용의 문자를 네 차례 발송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공연은 제때 시작하기는 했지만 늦어지는 관객을 위해 기존에 허용하지 않았던 연주 악장과 악장 사이에 공연장 입출입을 가능토록 해 관람을 도왔다”면서 “광화문 인근 혼잡을 우려해 사전에 관람을 포기하는 고객들도 다소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상황에 대해 실시간 공지를 내고 관객과 집회 참여 시민의 안전을 걱정했다.

이 사장은 “일(사장 취임)을 시작한지 1년 9개월이 되었다.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며 “오늘은 광화문 광장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세종문화회관은 공공 아트센터로서 진행 중인 공연과 전시, 행사를 무사히 마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책임감을 토로했다.

이어 “또 한편으로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임무도 있다”며 “대극장 화장실 등을 개방하고 카페도 열었다. 미술관, 전시관, 편의시설 등을 평소처럼 운영한다. 계단에 몰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통로를 유지하고 상황을 체크하며 지하철과 세종로주차장, 근처도로상황을 점검하고 지켜보는 일이 고작”라고도 했다.

지난 8일부터 13일가지 6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300여명의 해외 및 국내 출연진과 스태프가 총출동하는 대작인 데다, 기업 단체 관객이 많은 오페라 공연 특징상 열흘 전부터 단체 관람객의 취소가 잇달았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 단장은 “피해가 막심하다. 성악계에 종사한 지 28년이다. IMF도 겪어봤지만 요즘이 가장 힘들다”면서 “미르, K스포츠 등 비선 실세의 이권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정작 국내 문화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래가 안보인다. 막막하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생각했다”고 하소연했다.

19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이 타오른다. 1500여개 시민·노동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전국 동시다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을 개최, 전국적으로 최대 100만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문화회관도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M씨어터에서 제8기 시민연극교실 ‘서울사람들’ ‘시민귀족’을 각각 오후 2시, 오후 5시에 공연한다. 또 모차르트 탄생 260주년을 맞아 기획시리즈로 선보이는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휘 임헌정, 세종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을 펼친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모두 우리 제작공연으로 미리 안전에 대한 문자 발송은 마쳤다. 공공기관으로서 집회 참여 시민을 위해서도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 피켓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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