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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바이트만의 변심..ECB, 연준式 양적완화 기대

이정훈 기자I 2014.03.26 09:31:00

분데스방크 총재 "QE 불가능한 얘기 아냐"..첫 인정
핀란드 중앙銀 총재도 마이너스 금리 등 부양 시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내 대표적인 매파로, 그동안의 부양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방식의 양적완화를 지지한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바이트만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금융 전문지인 마켓뉴스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연준과 같은 방식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ECB가 도입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상승압력과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ECB의 재정 위기국 국채 직매입까지 반대해온 바이트만 총재가 이처럼 양적완화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매파인 바이트만 총재가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바이트만 총재는 구체적으로 ECB가 민간자산이나 유로존 회원국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지지하는지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유럽연합(EU) 법이 허용한다면 이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양적완화가 EU법에 위배되는지, 부합되는지가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양적완화로 재정 취약국 채권만 매입하지 않고 독일이나 프랑스 채권까지 함께 사들인다면 EU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통화정책을 통한 정부의 재정자금 조달(monetary financing) 문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바이트만 총재의 입장 변화는 최근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자 수출 주도의 독일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처럼 ECB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향후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여지를 키워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바이트만 총재는 “현재 ECB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적절하다”며 과도한 부양기조를 경계하는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ECB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ECB가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예금금리 또는 양적완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헬싱키에서 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ECB에는 아직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부양 카드가 여럿 남아있다”며 현재 0.25%인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거나 자산매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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