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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속 태풍` 넷플릭스 `몰아보기`에 특화..UHD는 양념

김유성 기자I 2016.01.09 11:54:45

넷플릭스 사용기..TV·모바일 구분 없이 드라마 연속 시청
HD·UHD 화질로 VOD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
아직은 `찻잔 속 태풍`, 하지만 이제 `출발선`일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넷플릭스가 지난 7일 상륙한 후 한국내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VOD를 직접 시청해봤다. 업무적인 리뷰가 아닌 넷플릭스 체험기에 초점을 맞춰봤다.

◇역시나 ‘몰아보기’에 특화..이틀만에 ‘빨개진 눈’

넷플릭스가 이번에 제공한 VOD 시리즈 수는 많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대표 자체작 ‘하우스오브카드’는 이번 서비스 공개 때 빠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드라마이기에 실망감이 컸다.

한국 콘텐츠도 많지 않았다. 최신 영화가 2013년작 ‘역린’이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도 요새 트랜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애벌레 소재 애니메이션 ‘라바’ 시리즈가 있었지만 기대했던 최신작은 없었다.

아이패드에서 넷플릭스를 실행시켜본 영상
그래도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선택한 드라마는 ‘마르코 폴로’. 옛 원제국 시절 중국과 몽골 지역에 거주했던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 이야기다.

마르코 폴로는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미국 드라마답게 제작 규모가 커 보였다. 광활한 몽골 고원을 배경으로 했고 당시 몽골과 중국의 시대상 고증도 미국 제작사 작품치고 완성도가 높았다.

화질도 모바일 기기에서 보기에는 우수한 편이었다. 다만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오랜 시간 볼 수는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보려면 눈의 피로감을 감수해야 했다. 보통 집에서 모바일 기기 영상을 볼 때면 소파에 누워 있곤 하는데 태블릿PC는 팔이 장시간 드라마를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고정형 TV, 이른바 집에서 보는 보통 TV로 시청하기였다. 구글크롬캐스트를 쓰기로 한 것. 크롬캐스트는 크롬OS 환경에서 구동되는 동영상 앱의 영상을 TV로 전송한다. ‘던지다’라는 뜻을 가진 ‘캐스트’라는 단어답게 TV로 영상 파일을 던져주는 형식이다.

좁은 모바일 화면에서 보던 넷플릭스를 TV로 보게 되면서 장시간 시청이 가능해졌다. 화질도 일반 방송의 고화질(HD)급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와이파이(WiFi) 속도가 가끔 떨어지면 화질 저하 현상이 일어났다. 시청하는 데는 큰 무리 없었다.

마르코폴로를 볼 때 사용했던 아이패드는 TV와 연동이 되면서 ‘리모컨’이 됐다. 보던 영상을 되감거나 특정 시점을 골라 볼 때는 넷플릭스 앱이 깔린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을 썼다.

TV로 보다가 집안내 TV 권력자(예컨대 아이들)들이 나타나도 드라마를 보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동일한 계정이면 스마트폰이든, TV든 태블릿PC든 상관없이 내가 딱 본 시점에서 다시 이어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들고 다른 방안에 들어가면 끝이었다. TV 시청권 놓고 벌이는 가족 간 권력 다툼은 옛말이었다.

넷플릭스를 보는 데 사용한 TV는 삼성전자의 50인치 스마트TV다. HDTV로 집안 와이파이 공유기와 연결돼 있다. 스마트TV내 ‘호핀’ 등 VOD 앱으로 영화를 보곤 했다.

50인치 (비교적) 대형TV에서도 전혀 문제없이 HD급 화질의 ‘마르코폴로’를 보게 되면서 장시간 볼 수 있게 됐다. 화면이 커지니 없던 ‘흥미’도 생겼다. 결국 마르코폴로 1편을 보고 바로 2편을 보고 3편을 이어보게 됐다. 어느새 심야 드라마족이 됐다.

UHD 콘텐츠도 ‘그런대로 볼만’ 한 정도였다. 한국케이블방송TV협회내 대형 UHD TV로 넷플릭스 UHD 드라마를 재생해봤을 때 풀HD급 이상의 화질은 나왔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기존 HD 콘텐츠를 UHD로 업스케일링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료방송플랫폼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 UHD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가 나왔다.

(LG 스마트TV 넷플릭스 이용 영상)

◇넷플릭스, TV에서 보려면?

기존에도 모바일기기에 있는 영상 콘텐츠를 TV로 보는 경우는 가능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화면을 그대로 TV로 비추는 ‘미러링’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화질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

구글크롬캐스트는 이 같은 단점을 크게 줄였다. 화질은 물론 사운드 질 저하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물론 유튜브, 데일리모션, 티빙 같은 동영상 앱도 TV화면에서 볼 수 있다. 화면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화질 저하 현상은 있었지만, 화면 명암 차이가 줄어 흐릿해 보이는 현상은 없었다.

집안에 LG전자에서 만든 스마트TV가 있다면 구글크롬캐스트나 애플TV 같은 장비가 없어도 된다. 7일 서비스 시작과 함께 LG전자는 스마트TV 안에 넷플릭스 앱을 탑재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TV 화면이라면 넷플릭스 앱을 바로 볼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전부터 넷플릭스 측과 협의를 해왔다”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KG전자 측에 따르면 LG 스마트TV에서 넷플릭스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넷플릭스 앱을 열고 그 안에 내 계정 정보인 ID와 패스워드만 입력하며 된다. UHD TV를 보유한 가구라면 넷플릭스 콘텐츠를 한 달간 무료로 UHD로 볼 수 있다.

단, TV 설정에서 외부 입력을 변경해야 한다. 셋톱박스가 설치된 케이블·IPTV 가입 가구라면 외부입력을 ‘HDMI’에서 직접 수신 상태인 TV로 바꿔줘야 한다. 직접 수신 가구나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라면 리모콘으로 스마트TV 기능을 바로 실행시키면 된다.

아직까지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유료TV에서 볼 수 없다. 넷플릭스와 케이블·IPTV 플팻폼사간 콘텐츠 제공 협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삼성 스마트TV는 일부 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HD 모델은 2014년, HD 모델은 2015년 이후부터 넷플릭스 앱을 탑재했다”며 “LG전자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5년 이전 삼성전자 HD 스마트TV는 구글크롬캐스트를 쓸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 ‘찻잔 속 태풍’일까?

넷플릭스의 직접 경쟁자인 유료방송(케이블·IPTV) 측은 ‘예상보다 덜 위협적이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OTT(인터넷 기반 VOD·방송 서비스)다보니 그간 긴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안착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미 저가화된 방송 구조에서 우리 돈으로 최저 9600원(7.99달러, SD화질)을 내고 넷플릭스를 쓸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적은 수의 콘텐츠, 낮은 가격 경쟁력에 대한 지적은 한국 언론들도 많이 했다.

척박한 국내 방송 콘텐츠 환경도 넷플릭스 안착의 걸림돌로 언급됐다. 전국단위케이블TV사업자(MSO) 관계자는 “티빙이 2010년 이후 지금껏 힘들었던 이유중 하나가 웹하드나 동영상 사이트 등의 대체제”라며 “VOD 유료화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콘텐츠 숫자가 지금보다 늘어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몰아보기’가 확산된다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미국 드라마에 대한 선호가 높은 젊은층이 많이 볼 것”이라며 “초반에는 미드 마니아 같은 소수 이용자들 사이에서 안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넷플릭스 자체보다는 넷플릭스 같은 VOD 중심의 서비스가 이후 방송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은 방송 업계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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