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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초에 한대'…'美세탁기시장 최강자' 굳히기 나선 LG

이준기 기자I 2019.05.30 10:00:00

LG전자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공장 준공식 개최
총 투자비 3.6억달러·축구장 160개 크기.550명 고용
지능형 자율공장…올 연말부터 120만대 생산 목표
주지사 "투자·고용 감사"…하원의원 "위대한 LG"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내부. 사진=LG전자 제공
[클락스빌(미국 테네시주)=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29일(현지시간) 오전 10시45분 미국 테네시주(州) 북부도시 클락스빌에 위치한 LG전자(066570)의 세탁기공장. 모두 ‘지능형 자율’ 공정으로 움직이는 각각 2개의 조립·생산라인은 빠르게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뽑아내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10시간 30분 동안 공장이 가동됩니다. 내년부터 연 120만대, 즉 ‘10초에 한 대’씩 세탁기를 생산하게 됩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생산기술팀 정재환 책임의 설명이다. 테네시 공장은 LG의 12번째 해외 세탁기공장으로, LG가 미국에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수입보다 현지 생산이 더 유리한 상황 만들 것”

작년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테네시 공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공정 대부분이 ‘로봇’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공·사출성형·도색 등 부품 제조라인부터 각종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드는 모듈 조립라인은 물론, 완성·포장 등 생산라인까지 전부 로봇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테네시 공장의 대지면적이 축구장 160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125만㎡에 달하면서도 근무자가 약 600명 정도에 불과한 배경이다.

철저한 품질검사는 이 공장의 자랑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제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가속수명시험을 비롯해 전기안전·소음·진동·기능검사 등 품질검사가 4개의 시험실에서 이뤄진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은 1% 미만”이라고 귀띔했다.

‘연 120만대’ 물량을 뽑아내려면 올해 연말을 돼야 한다. 2017년 8월 착공한 이 공장의 가동은 예정보다 6개월이나 앞당긴 작년 12월부터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LG전자는 9년 전인 2010년부터 이미 미국 내 현지생산체제 구축을 검토해왔다.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물류비·관세·배송시간 절감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테네시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만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세이프가드 관세가 없어진 후에도, 미국 내 현지 생산이 (수입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며 “즉, 관세가 사라져도 비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미국 테네시 공장의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LG 세탁기의 미국 내 평판이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 권위 소비자잡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실시한 제품평가에서 드럼세탁기는 1위부터 8위, 통돌이세탁기는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LG가 휩쓸었다.

LG 측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이 연구개발·디자인·판매·서비스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면 사업역량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테네시 공장은 그간 태국·베트남 공장을 대신해 경남 창원과 함께 미 시장에 세탁기를 공급하는 양대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왼쪽부터 마크 그린 미 연방하원의원,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사진=LG전자 제공.
◇“오늘은 LG와 테네시주의 위대함을 증명한 날”

애초 LG전자가 테네시주를 공장 부지로 낙점한 건 인력확보와 기반시설·원가경쟁력은 물론, 세제혜택을 비롯한 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준공까지는 만만찮은 걸림돌도 있었다. 부지에서 여러 싱크홀(sink hole)이 발견되면서 추가 공사가 불가피했고, 결국 총 투자 규모도 3억6000만달러로, 예상치(2억5000만달러)를 크게 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경제 활황으로 고용시장 훈풍이 지속하면서 숙련된 노동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송 사장은 “채용이 돼도 다시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클락스빌에 미 육군 보충대대가 있어 리더십이 있는 군 출신들도 채용하는데, 그런 사람들로 모두 채우기는 불가능했다”며 “현재 700명이 필요한데, 아직 550명 정도밖에 못 채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는 이날 준공식에서 “LG의 세탁기 공장은 테네시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생산시설 중의 하나”라며 “재정적으로 큰 투자도 중요 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LG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크 그린 연방하원의원(테네시·공화)도 “오늘은 LG가 위대한 회사임을, 또한 테네시주가 위대한 주임을 증명하는 날”이라며 “공장 안을 둘러보면 환상적인 최첨단 기술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세탁기 공장 외에도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헤이즐 파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선 태양광 모듈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 뉴저지주에 완공 예정인 LG 북미 신사옥 건설에는 총 3억달러가 투입됐다.

이날 준공식엔 그린 하원의원과 리 주지사를 비롯해 짐 듀렛 몽고메리카운티 시장, 조 피츠 클락스빌 시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LG전자에선 송대현 사장과 함께 북미지역대표 조주완 부사장,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류재철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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