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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출판진흥원, 출범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

김용운 기자I 2012.07.30 09:39:4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초대 원장 임명 놓고 갈등
출판계 "출판경험 없는 원장 부적합하다"
문화부 "공모 절차에 따라 선임, 능력 예단치 마라"

지난 25일 출판계 관계자 300여명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종로출구 앞에 모여 초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출판계와 정부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산업진흥원)의 출범을 놓고 갈등에 빠졌다. 지난 18일 정부가 초대 진흥원장에 고려대 출신의 이재호 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겸 이사대우 출판편집인을 임명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이 원장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출판 경험이 전무한 특정대학 출신의 보수언론 인사를 임명했다”고 주장하며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했다. 이 원장이 이른바 MB정권 낙하산 인사인 데다가 도서정가제와 독서진흥기금조성 등 출판계의 해묵은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출판계는 즉각적인 이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출판계 관계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임명철회 서명운동 등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지난 27일 출범한 출판산업진흥원은 작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간행물심의위원회를 기반으로 출판인력 양성, 디지털출판 육성, 출판산업 해외진출 등의 기능을 더해 출판 분야의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출판산업진흥원의 설립은 지난 10년간 출판계의 숙원 중 하나였다. 기존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출판을 진흥한다기보다 군사정권 시절 검열 기능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기구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산업진흥원 초대 원장 선임은 출판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출판계는 지난 5월 초대 원장 공모가 나자 공모요강에 유관단체 또는 개인이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출판사 대표 출신 후보를 각 1인씩 추천했다. 이후 문화부는 심사위원회를 구성, 5명의 원장 후보에 대해 6월 초 면접심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출판산업진흥원 출범이 열흘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신임 원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출판계가 이재호 원장 임명에 대해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출판계 내부의 반발을 우려해 원장 임명 발표를 최대한 늦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용환 문화부 제2차관은 26일 열린 국회 문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출판인들을 중심으로 한 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섯 명이 추천됐다”며 “그 중에 한 명이 임명된 이 원장이다”고 밝혔다. 또 문화부 실무 관계자는 “법에 정해진 공모과정 대로 원장을 선임했다”며 “아직 원장이 실무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장의 능력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출판계 실무경험이 없는 초대 원장이 고사 직전의 출판계를 어떻게 진흥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정부가 지식문화산업의 근간인 출판을 무시했기에 이 원장을 선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임기 3년인 이재호 원장의 업무는 지난 27일 진흥원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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