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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2020) ICT 퀀텀점프!-①산업장벽이 사라진다

양효석 기자I 2010.04.06 09:41:56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통신·포털·게임社 "기존 모델로는 도태된다"
이종산업과 결합·해외 공략·에코시스템 구축 등 변화 몸부림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통신·인터넷·게임서비스 업체들의 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통신사들은 국내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기업시장(B2B) 공략과 함께 무선인터넷·오픈 서비스 전략으로 눈길을 돌렸다. 인터넷 업체들도 지난해말 시작된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모바일 서비스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게임 개발자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에 생존을 위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 이데일리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2015년 4월1일.
 
KT(030200)·SK텔레콤(017670)·LG텔레콤(032640)이 협력한 컨소시엄이 멕시코내 관공서 보안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긴급 타전됐다.
 
오전 9시 증시 시작과 동시에 3사 주가는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외국계 기관들의 매입주문이 쇄도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통합서비스 3인방이 세계시장을 잠식했다`는 기사를 실었고, 파이낸셜 타임스도 `3사가 멕시코에 이어 인도까지 넘보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냈다.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아니다. 이미 제3의 ICT 혁명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변화는 휴대전화를 뛰어넘어 전 산업 분야의 생태계를 바꿔 놓고 있다. 기존 수익모델로는 이제 더 이상 수익을 높일 수 없다. 이를 고수한다면 당장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ICT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기반의 수익모델을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수조원을 들여 만든 통신망 수익을 포기하고, 공짜로 제공하는 와이파이(WiFi) 망에 집중하고 있다.

신용카드사 지분을 매입해 금융-통신융합 사업을 펼치고, 교육·의료·자동차 등 다른 업종과 연계사업을 시도 중이다. 산업에서의 이종교배(異種交配)다.
 
종합통신망도 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사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포털업체는 급속히 다가온 모바일 시대에서 새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선인터넷 환경이 무선인터넷 환경으로 변하면서, PC에서 됐던 기능을 모바일에서도 가능토록 실현 중이다. 특히 구글이 잠식한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토종강자로 발돋움 하고 있다. 지도·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에 나섰다.

게임사들도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나서고 있다. 포화한 국내시장을 바라보다간 성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지인의 문화·정서·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국내 매출보다 오히려 해외 매출이 커질 날이 머지않았다.

◇글로벌 ICT 경쟁 본격화

통신·시스템·휴대전화·PC·인터넷·게임 등 영역구분이 확실했던 산업구조가 점차 모호해 지고 있다.

PC 제조사,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열세였던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면서 ICT 생태계의 강자로 등극했다.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이슈가 아니다. 아이폰을 통해 통신사를 장악했고, 앱스토어를 통해 모든 산업분야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업체로만 인식됐던 구글도 안드로이드폰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장악을 꿈꾸고 있다. 구글은 통신·휴대전화·앱스토어·인터넷에 이르기 까지 시장잠식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구글을 애플 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보고 있다.

애플과 구글에 밀린 통신사들은 이들의 오픈전략을 벤치마킹 하는 동시에 시스템 업체의 사업영역으로 진입했다. 통신서비스를 이용한 효율성 증대를 무기로 IBM·시스코와 대적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구글에 맞서는 중이다. 이들은 모바일 시대에 주류로 등장하기 위해 부산하다. 게임사들도 해외시장 진출과 함께 앱스토어로 열린 새로운 시장을 개척중이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미국은 ICT분야에서의 리더십 유지를 목표로 범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유비쿼터스 ICT 추진을 위한 전략이다. 전자정부 구현은 물론 의료·교육·그린정책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도 중국의 경우 2050년 완벽한 정보사회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ICT 산업육성에 적극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산업간 경계선이 사라져 무한경쟁 체제가 되고, 전세계 플레이어의 ICT 경쟁은 치열해져만 간다. 위기이자 기회다. 새로운 비즈니스가 열리고 있다.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라

"얼마전 일본을 다녀온 뒤, 일본은 참 어렵겠구나 생각했지요. 기존 질서가 완고해 변화가 허용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새로운 생각이 창출되면 시스템 변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이석채 KT 회장, 3월4일 연세대 행정인의 밤)

"과거 SK텔레콤의 경쟁자는 KTF와 LG텔레콤이었지만, 지금은 애플·구글·IBM·시스코 등 글로벌 합니다. 우리는 경쟁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극도로 불확실한 초 경쟁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혼과 승부근성입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2월10일 사내 임원세미나)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면 버리고 가야합니다. 통신은 이제 사양산업이라 새로운 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3월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포럼) 
                                                                                                                  
▲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SK텔레콤(위쪽)과 KT가 각각 2·3월에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국내 통신 3사 CEO들이 한목소리로 변화를 외치고 있다. 또한 변화의 수단으로 에코시스템(eco-system)을 구축중이다. 중소·벤처기업, 협력사, 개발자들과 함께 시스템을 구축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기업혁신의 90%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기업에서 나온다"면서 "구글도 중소·벤처기업과의 생태계를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M&A 등의 방법을 통해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은 수직적 하도급구조가 아닌 앱스토어를 통한 수평적 에코시스템을 구축, 전산업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23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KT가 주최한 오픈 IPTV 행사장에 1000여명이 몰렸다. 당초 참석인원을 250명 정도 예상했으나 뜻밖이었다. IPTV에 앱스토어를 만들고, 개인들에게도 채널을 열어줘 다양한 콘텐츠의 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 먹힌 것이다.
                                                                                                            
지금까지 IPTV는 통신사와 콘텐츠 제작사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애플 앱스토어를 경험한 회사들은 더이상 폐쇄적 비즈니스모델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IPTV에서도 오픈 모델의 기대감이 입증된 셈이다.

◇좀비 이코노미를 경계해야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는 콘텐츠 직거래 장터인 앱스토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이런 앱스토어를 활성화 시키려면 수많은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소비자가 이용하면 개발자 수익이 올라가고 다시 앱스토어가 활성화 되는 선순화 구조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이통사들이 모은 코리아IT 펀드 3700억원 규모를 무선인터넷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 이통사들의 마케팅비용을 제한시켜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인인증서 중심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개선했고, 앞으로는 게임 사전심의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생태계 조성에 우려감을 표하기도 한다. 정부는 공정경쟁 환경만 조성해야지 자칫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설 경우 시장기능이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KAIST 교수는 "정부는 좀비 이코노미(Zombie'economy·살아있는 시체 경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업의 직접지원은 하지 말고, 다만 투명·공정경쟁 시장환경만 만들면 나머지는 기업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논리상 파산 또는 정리되어야 하는 기업들이 정부 개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건실한 기업까지 파산·정리기업으로 변한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또 기업 M&A시장이 활성화 돼 구글과 같은 생태계가 유지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국민성도 제고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벤처 붐 당시 NHN·엔씨소프트와 같은 스타기업이 탄생했듯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해 제2, 제3의 NHN·엔씨소프트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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