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영주권 유효기간이 만료된 내국인이 지난 5년간 1000번 이상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출입했지만, 정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체부가 뒤늦게 시행한 내국인 출입 강화 방안도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영주권 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A씨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약 5년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장을 총 1041회나 출입했다. 해외이주자 자격으로 2008년부터 카지노를 출입한 A씨는 2012년 영주권이 만료돼 출입 자격을 잃었으나 지난해까지도 아무런 제지 없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겼다. 카지노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고시한 카지노업 영업 준칙에 따라 영주권 자격 유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했지만 A씨가 단골이라는 이유로 줄곧 이를 생략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감시·감독해야 할 문체부와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통위) 1년에 한두 차례 실시하는 카지노 매출액조사와 정기점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어 A씨를 적발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A씨가 카지노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알려졌으며, 문체부는 올해 7월에서야 해당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논란에 대한 문체부의 대응과 처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현지 거주 요건 없이도 취득과 유지가 수월한 필리핀은퇴비자(SRRV)를 악용해 사실상 내국인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하는 사례가 늘자 문체부는 지난 8월부터 해외이주자 출입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그동안 여권, 영주권카드, 재외국민등록부등본 등을 통해 출입 자격을 확인하던 것을 8월부터는 출국할 경우 재외국민으로 표시되는 주민등록표초본과 출입국사실 증명서를 추가로 제출받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의 새 행정지도가 시행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지난 8월 필리핀은퇴비자가 취소된 내국인이 카지노 사업장을 찾아 도박한 사실이 시민 제보를 통해 적발했다. 카지노 측은 문체부가 통지한 대로 관련서류를 모두 확인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당사자가 자진신고하지 않는 한 영주권 취소사실이 주민등록표초본과 출입국사실증명서에 기록되지 않아서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 10월부터 또다시 ▲필리핀은퇴비자 소지자에 대해선 반기별로 확인해 1년간 출입국 기록이 없을 경우 출입제한 조치를 하고 ▲영주권 상실 사실을 숨길 시 형사처벌 등 법적책임에 대한 동의서를 걷는 내용의 새 행정지도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리핀 이외 파라과이, 터키,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등 상대적으로 영주권의 획득·유지가 수월한 국가들의 영주권을 탈법적으로 악용해 출입할 경우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이주자는 내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국내로의 관광 유도와 외화획득을 위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출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은퇴비자 소지자와 같이 카지노 출입만을 목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내국인들의 경우에는 관광진흥법상 취지에 맞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김재원 의원은 “내국인이 수년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드나들며 상습 도박을 일삼은 동안 문체부나 사감위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며 사실상 ‘치외법권’지대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문제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영주권자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악용해 상습 도박을 일삼는 한국 국적자들에 대한 관리, 단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내국인이 부정출입하는 경우가 일절 없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