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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결정적장면]이태원클럽→노래방→구치소…법원도 멈췄다

남궁민관 기자I 2020.05.16 11:45:48

서울구치소 교도관 한명 확진 판정에 서초동 '얼음'
흉악범 조주빈 격리되고 양승태·윤중천 재판 연기
접촉자만 394명…서울동·서·남·북지법에 檢도 긴장
"박근혜 형 집행정지하라" 헤프닝도 벌어져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된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은 조주빈 재판을 보기 위한 취재진과 방청인원들로 북적댔다.

서울구치소 교도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이 임시 폐쇄된 15일 오후 방역업체 직원들이 법정 내부를 방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증명하듯 법정에 출석했던 터, 이날도 조주빈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취재진과 방청인원들이 몰린 것이다. 마침 재판부 역시 이를 예상하고 기존 소법정에서 대법정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날 조주빈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였다. 조주빈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 교도관 한 명이 당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와 접촉한 394명이 즉시 격리조치에 들어간 것. 조주빈 역시 접촉자 중 한 명이었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이미 신천지예수교와 이태원클럽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법조계는 행여 서울구치소 내 확진 사례가 일파만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즉각 대응에 돌입한 마당이다. 인면수심 흉악범 조주빈은 물론 대한민국을 뒤흔든 여러 재판마저 멈춰 서게 한 코로나19, 이번 주 서초동 결정적 장면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 멈춘 서울구치소 사태는 이태원클럽발(發)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 법정을 15일 하루 전면 폐쇄하고, 당일 예정된 대부분의 재판을 연기했다. 다만 일부 구속전 피의자 심문 등 급박한 사건의 경우 별관에 특별법정을 마련해 재판을 진행토록 했다.

서울구치소는 대부분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이들이 구속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본관 법정 전면폐쇄는 1989년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세워진 이후 처음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오랜 기간 법원에서 근무한 이들 역시 이같은 사태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1심 재판을 비롯해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의 ‘금품수수 사건’ 1심 선고,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항소심 결심까지 굵직한 재판들이 속속 연기됐다.

시작은 ‘이태원클럽’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서울 이태원 킹클럽을 출입한 관악구 46번 확진자는 도봉구 10번 확진자와 접촉했다. 이후 도봉구 10번 확진자는 창동 한 코인노래방에 출입했는데, 같은 시간대 서울구치소 교도관인 A씨가 친구 B씨와 같은 코인노래방에 있었던 것. 이후 A씨는 B씨와 함께 지난 주말 지방 결혼식장에 방문했고 함께 숙박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B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에 A씨는 서울구치소 측에 즉각 B씨와의 밀접접촉 사실을 신고한 뒤 자가격리에 돌입했고 곧 A씨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태원 클럽발 3차 또는 4차 감염인 셈이다.

교도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15일 오후 접견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말이 고비…긴장감 도는 법조계

이번 주 초 정상 출근한 A씨는 자가격리 전까지 서울구치소 직원 및 수용자들은 394명에 달하는 이들과 접촉을 했다. 일단 밀접접촉한 직원 50명은 진단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전염성을 고려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당장 서울구치소 측은 전날인 15일까지 A씨와 접촉한 이들이 277명(직원 23명, 수용자 254명)이었지만, 이날 집계한 결과 394명(직원 93명, 수용자 301명)으로 100명이 훌쩍 더 늘어난 상황이다.

법원은 주말 사이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대한 방역을 실시하고 오는 18일 월요일부터 정상 운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서울구치소 내 A씨와 접촉한 이들의 추가 진단검사에 따라 추가 법정 폐쇄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이들의 명단을 받아 동선을 파악하고 다른 접촉자가 있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비상이 걸린 건 서울법원종합청사뿐만이 아니다. 서울구치소 수감자들 중 일부는 서울동·서·남·북부지법, 그리고 멀게는 수원지법까지 재판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서부지법의 경우 서울구치소 수감자가 출석하는 4건의 재판을 모두 연기 조치한 상태다.

검찰도 영향권이다. A씨와 접촉한 수용자 7명이 이번 주 소환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 직원 34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마당이다. 이들은 모두 자가격리 조치 됐으며, 수용자들이 머물렀던 공간에 대해서는 방역이 이뤄졌다.

일부 유명인사들에 대해 ‘형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시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남성으로, 여성 직원이 관리하는 박 전 대통령은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자가격리도, 진단검사 대상도 아니다. 서울구치소는 성별에 따라 생활공간이 아예 분리돼 있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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