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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KT가 스카이라이프 지분 팔 수 있을까

김현아 기자I 2019.01.26 09:11:05

국회에서 분리 언급된 건 지분구조가 ‘합산규제’ 근거이기 때문
스카이라이프 영업익 하락추세..지분 매각 쉽지 않아
스카이라이프를 공기업으로?..사회적 논의 필요
합산규제와 스카이라이프 독립, 꼬인 실타래 풀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가 ‘스카이라이프 독립방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재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의 1대 주주(49.99%)인데 이를 팔아 소유구조를 바꾸라는 의미다.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성태 법안소위위원장은 ‘스카이라이프의 독립성이 보장되면 합산규제는 필요 없고, 독립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되면 합산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KT스카이라이프
◇스카이라이프 분리 언급은 지분구조가 ‘합산규제’ 근거이기 때문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뜬금없다’, ‘국회가 민간 기업의 지분구조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회의의 맥락을 보면 이해된다.

합산규제란 이미 존재하는 유료방송 전국 기준 3분의 1(33%) 시장점유율 규제에 KT뿐 아니라 특수관계자인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할 것인가 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라면, 규제 자체를 없애야지 특정 사업자만 빼는 건 공정하지 않다.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인수합병(M&A)에 따른 시장재편기에 KT그룹(KT IPTV+스카이라이프)만 시장점유율을 33%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5년 ‘합산규제’ 도입 당시 국회 미방위 검토보고서. 당시 합산규제의 도입이유로 공정경쟁구조를 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2007년 총리실 직속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안문석)에서 IPTV 진입 정책을 논의할 때, 전국 방송사업자(스카이라이프)를 가졌고 국내최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KT는 다른 사업자들과 달리 시장지배력 전이가 우려되니, 자회사 형태로 진입하게 하는 방안이 중요하게 논의됐던 일까지 언급됐다.

그래서 여야 의원들은 KT에 스카이라이프 독립방안을 가져오면 그걸 보고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결론 낸 것이다. KT가 스카이라이프와 분리되면 합산규제의 근거는 사라진다.

이런 결정에는 통일시대에 대비하려면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도 작동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KT가 가진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KBS 같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매각해 위성방송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많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로고
▲KT스카이라이프 지분구조
◇스카이라이프 영업익 하락 추세..지분 매각 쉽지 않아

하지만 스카이라이프의 지분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위성방송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법이 지분의 공공성 확보방안 외에 없는지도 살펴야 할 이슈다.

설사 스카이라이프 대주주(49.99%)인 KT가 스카이라이프 지분 매각을 원해도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양방향 서비스가 안 되는 위성방송의 한계로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의 매출은 2013년 6000억원에서 2017년 686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2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순이익은 73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가입자 역시 KT의 IPTV가 자리잡기 전 출시한 ‘IPTV+위성방송 단순 결합상품(OTS, OllehTV Skylife)’은 가입자가 줄었고, 위성방송과 IPTV기술을 결합한 ‘접시없는 위성방송(Dish Convergence Solution)’가입자는 정체되면서 감소 추세다.

▲KT와 스카이라이프 결합상품인 OTS 가입자와 DCS 가입자 추이
KT 관계자는 “KT가 가진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팔려 해도 시장에서 사려는 민간 기업이 있을까”라면서 “자칫 지분매각 방침을 밝혔지만 팔리지 않아 스카이라이프 직원들의 동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를 공기업으로?..사회적 논의 필요

정치권에선 복수의 공기업이나 공익적 목적의 기관들이 컨소시엄 형태를 구성해 KT 지분 일부를 매입하거나, 공영방송 KBS 및 2012년 10월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매각한 MBC의 지분 소유 부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를테면, 한전케이디엔(주) 21.43%, ㈜한국인삼공사 19.95%, 미래에셋생명보험(주) 14.98%, 한국마사회 9.52%, ㈜우리은행 7.40% 등이 지분을 가진 YTN처럼 스카이라이프를 바꾸자는 의미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합산규제 논의의 핵심은 위성방송”이라며 “공적 영역에서 스카이라이프 소유 지분을 확보하면 (KT는) 합산규제를 피할 수 있고 남북공존시대에 대비한 위성방송의 공적 기능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위원은 소유구조 개편에 시간이 걸릴 경우 먼저 △KT 회장의 인사권에서 벗어난 ‘사장추천위원회’ 부활 △외주제작사 개방채널이나 시청자 참여 채널, 통일 프로그램 같은 공공·공익목적 프로그램 확대 △이를 전제로 한 공적지원 강화(아리랑국제방송·국악방송 등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의 예)를 언급했다.

스카이라이프 구성원 입장은 갈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는 ‘KT의 사유화를 막는 위성방송의 공공성 복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직원은 “경쟁 시장인데 공적 지분이 들어오는 건 이상하다”며 “공공성(국내 유일의 한반도를 감싸는 방송 커버리지)을 지키려 해도 생존이 먼저”라고 말했다.

◇합산규제와 스카이라이프 독립, 꼬인 실타래 풀어야

이제라도 국회와 정부, KT와 스카이라이프는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원칙과 △미래 지향적 규제 개편 방향 △위성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두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합산규제 일몰을 앞두고 정책 대안을 만들지 않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했지만, 보고서는 합산규제가 일몰(2018년 6월27일)된 뒤인 같은 해 9월에야 국회에 제출했고, 언론에도 ‘쉬쉬’하는 등 전혀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았다.

▲KT가 밝힌 합산규제 일몰이후 SO와의 상생협력 및 유료방송 발전 방안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합산규제 논란에 대해 “KT 합산규제만 볼 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 규제(시장점유율 규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공공성 강화 방안은 그것대로, 합산규제(공정경쟁)와 미래지향적 규제 완화 대책(시장점유율 규제폐지 시점이나 규제강도)은 그것대로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게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일 수 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KT가 국회에 와서 합산규제 없이 위성 단독 시장점유율을 3분의1(33%)로 자율준수하겠다고 밝힌것은 KT 3분의1, 스카이라이프 3분의1로 다른 기업들이 33%에 묶여 있는 사이에 KT그룹은 66%의 점유율을 갖겠다는 말로들렸다”며 “명문보다는 실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말했다.

합산규제를 일정 기간 받되 점유율 상한선을 33%에서 40%, 50%로 높이거나, 경쟁사 인수합병(M&A) 성사시점에 합산규제를 없애자는 등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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