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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원 모어 띵!”(One more Thing·하나 더!)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 막바지 팀쿡 최고경영자(CEO)가 꺼낸 이 한 마디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원 모어 띵’은 과거 스타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혁신적인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외쳤던 일종의 상징적인 문구인데, 이날은 애플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하드웨어 ‘비전 프로’가 주인공이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4년 공개한 ‘애플워치’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혼합현실(MR)헤드셋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방식으로, 이용자 시야에 있는 현실세계가 인터페이스가 되고 이 위에 앱, 사진, 영상 등 콘텐츠가 올려져 실재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7년간 1000여명이 넘는 개발자들을 통해 ‘비전 프로’를 만들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팀쿡 CEO는 이날 ‘비전 프로’를 소개하며 MR헤드셋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 대신 ‘공간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드웨어 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선도하겠다는 애플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간 모바일 중심 확장에 나서왔던 애플이 앞으로 ‘공간 컴퓨팅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선언적 의미로도 풀이된다.
팀쿡 CEO는 “과거 맥(Mac)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를 통해선 공간 컴퓨팅 시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현재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오직 애플만이 가능한 시도다. 사용자들에겐 엄청난 경험, 개발자들에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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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이트’(EyeSight)라는 기능도 새롭게 선보였다. ‘비전 프로’ 사용자에게 다가가면 기기 전면 유리 부분이 투명하게 느껴지게 돼 착용자의 눈이 보이게 되는 식이다. 반대로 사용자가 ‘몰입’을 우선하면 ‘아이사이트’는 다른 사람에게 사용자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각적인 표시를 해준다.
마이크로 OLED 기술을 통해 2개 디스플레이에 2300만 픽셀을 탑재했는데, 눈 하나당 일반 4K TV 보다 많은 픽셀이 들어간다. 또 ‘비전 프로’는 애플의 자체 칩셋 ‘M2’와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R1’칩 등 듀얼칩 시스템으로 구동된다. R1칩은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보다 8배 빠른 12 밀리초 내 새로운 이미지를 화면에 스트리밍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한화 약 456만원)인데, 이달 초 메타플랫폼이 선보인 MR헤드셋 ‘퀘스트3’ 가격이 499달러(약 66만원)임을 고려하면 무려 7배 가량 비싸다.
마니아가 아니라면 개인 구매가 쉽지 않은 가격이다. 높은 가격대와 더불어 ‘비전 프로’ 상에서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비전 프로’를 선보인 5일 애플의 주가는 장 초반 184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고 오히려 0.7% 하락한 179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현지에선 기대 이상의 혁신은 보지 못했다는 일부 혹평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은 과거 ‘아이팟’ 출시 당시 초반 혹평에도 결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던 사례가 있다. 내년 초 미국에서 상용제품이 나온 이후 시장 평가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비전 프로’가 침체한 메타버스 시장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R헤드셋 1위 메타와 여러 중국 업체들이 밀집한 시장에 거대한 자체 생태계를 갖춘 애플이 뛰어들게 되면 긍정적인 방향의 ‘메기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후 삼성전자(005930)와 구글, 퀄컴이 연합한 새로운 MR헤드셋 생태계가 추가로 나온다면 시장은 더 활성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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