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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 공연계 숙원 '뮤지컬아카데미' 생기나

김용운 기자I 2012.08.20 10:25:47

한국뮤지컬아카데미 설립 논의 본격화
극작·연출·작곡 등 고급창작인력 부족
예산확보 등 난관 많아

올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인 예그린앙코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1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여신님이 보고계셔’. 뮤지컬계는 이같은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고급 창작인력 양성을 위한 ‘뮤지컬아카데미’의 설립을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한국뮤지컬아카데미(가칭)를 설립해 창작뮤지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최근 K팝의 열풍이 한류를 주도하면서 이와 결합할 수 있는 뮤지컬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한국 뮤지컬계의 숙원인 뮤지컬아카데미의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공연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창작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뮤지컬아카데미가 필요하다는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은 있었지만 실제로 정책에 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기간 중 열린 ‘한국 풍토에 맞는 뮤지컬아카데미의 설립 및 운영 방안’ 콘퍼런스는 그간 뮤지컬계에서 논의 됐던 뮤지컬아카데미에 대한 의견을 한 자리에서 수렴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뮤지컬협회 학술분과에서 마련한 이날 콘퍼런스에서 우선 제기된 것은 한국뮤지컬아카데미의 룰 모델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찾자는 주장이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984년 당시 영화진흥공사 산하 교육기관으로 설립되어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곳으로 유명하다.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영화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세워진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임상수·봉준호·최동훈 등 시나리오와 연출을 겸할 수 있는 감독들을 배출하며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들이 한국영화의 창작과 연출능력을 배가시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결국 한국영화아카데미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를 역전시키고 한국영화가 국내 시장을 수성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이유리 청강산업대 뮤지컬학과 교수는 “뮤지컬시장이 2500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의 수입을 가져가는 상황이다”며 “창작뮤지컬의 육성과 아시아권 내에서 뮤지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처럼 고급 창작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뮤지컬 배우를 교육시키는 교육기관과 대학의 학과는 적지 않지만 작품의 연출과 극작, 작곡을 교육시키는 곳은 부족하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극작과 작곡 지망생들은 대개 이를 더 배우기 위해 유학을 택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뮤지컬아카데미의 설립은 뮤지컬계의 바람과 달리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문화부가 설립을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뮤지컬아카데미 설립 관련 예산을 기재부에 신청해놨고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설사 통과됐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의결돼야 하는 만큼 아직은 희망사항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종열 한국뮤지컬협회 사무처장은 “예산이 통과된다는 전제 하에 협회 차원에서 뮤지컬아카데미 설립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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