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 없는 투자’ 돌파구는 없는가

논설 위원I 2016.04.14 06:00:00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2.5%에 달하는 등 가뜩이나 고용 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고용 동력마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늘었는데도 고용이 증가하기는커녕 되레 감소한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인원은 모두 101만 3100명이다. 전년의 101만 7600명에 비해 4500명(0.44%) 줄었다.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증가율이 17.9%인 점에 비춰 ‘고용 없는 투자’가 현실화한 셈이다.

대기업의 고용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세계 경체침체와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의 추격, 공급과잉 등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1000명 이상 직원이 줄어든 대기업은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긴 삼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철강, 조선업 분야다. 포스코의 경우 1년 사이에 2795명(-8.1%)이나 줄었다. 현대중공업도 1539명(-3.9%)이 감소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열악한 고용이나마 떠받치고 있는 투자가 위축세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고용 사정이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중 기업투자 비중은 29.1%로 1976년(26.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월(-6.5%)과 2월(-6.8%)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다. 투자가 줄어들면 고용 부진은 물론이고 가계소득이나 소비가 연쇄적으로 줄어 경제 전체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투자는 고용을 늘리고 소득 증가와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 경기가 잘 돌아가게 하는 선순환구조의 첫 번째 고리와 같다. 대기업들이 경기 부진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여유 자금을 쌓아두려는 걸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투자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고용 증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노동개혁, 한계기업 구조조정, 규제 혁파로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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