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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3곳 “글로벌 수요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이다원 기자I 2022.08.28 12:00:00

RE100 가입 글로벌기업 "재생에너지 써라" 요구
산업계 "제대로 대응 못하면 수출 경쟁력 차질"
국내 기업 애로사항 ‘비용 부담·제도·인프라 부족’
대한상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개선해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최근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는 ‘RE100’이 글로벌 공급망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같은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EXCO) 제2전시장 동관에서 열린 ‘제19회 국제 그린에너지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요구받은 적 없다고 답한 기업은 85.3%였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28.8%, 중견기업이 9.5%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5년까지’는 33.3%, ‘2026~2030년’은 9.5%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 BMW 등 전 세계 379개 기업이 가입해 있으며 국내에서는 22개 기업이 가입을 마쳤다.

민간 주도인만큼 RE100 캠페인 자체가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 A사는 미국·유럽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납품 수주의 기본 조건으로 내건 데 이어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해 일정 탄소배출량 이하 수준을 맞출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맞추려면 A사는 물론 협력사들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A사는 우선 재생에너지 조달이 용이한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위주로 납품하고 있다.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려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요소는 비용 부담(35.0%)이다.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순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RE100을 이행하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거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조달 방식에 드는 비용이 각각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며 “특히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수십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하는데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지적했다. 2021년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대상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 테라와트시(TWh), 30개 기업은 102.9 TWh의 전력을 소비했는데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 TWh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등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상의는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 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 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기업의 RE100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과제 표. (사진=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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