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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의 최후 승리자는 유권자들이다

논설 위원I 2016.04.14 06:00:00
유권자들의 선택은 냉혹하면서도 위대했다. 어제 전국에서 치러진 제20대 총선 투표를 통해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을 등한시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던 기존 정치권에 엄정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밤늦도록 쫓고 쫓기는 박빙의 개표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눈앞에 펼쳐진 여야 정당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감의 표출이다. 확보 의석이 과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말았다.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재연되는 여소야대 구도다. 국정을 원활히 이끌어갈 책임이 있으면서도 당내 세력다툼에 몰두한 탓이다. 유례가 드문 공천 파동까지 일으킴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렸고, 끝내 응징이라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여당이 잃은 표를 끌어오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결코 승리한 모양새가 아니다.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으며 공천과정에서도 자의적인 잣대를 휘둘렀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국민의당의 약진은 기존 양대 정당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적 이익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 국회 운영의 원활한 지렛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무가 맡겨졌음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걱정스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가 임박해오면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국회 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이번 선거가 여당뿐만 아니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소통과 화합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기 마지막까지 새로 일을 벌이기보다는 진행 중인 정책이나마 차질없이 끌고가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의 역할이다. 당선에 따른 개인적인 기쁨과 영광에 앞서 앞으로 4년간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지게 됐다는 사명감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보겠다며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그대로 진정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짐이 없다면 당선 축하를 받을 자격도 유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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