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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봤나 ASMR] ②미니유·홍사운드부터 최성 고양시장까지…"나는 ASMRer"

김수진 기자I 2017.03.22 06:00:20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이상하다 그치) 잠이 오면 나는 잠을 자(이상하다 그치)"

30여년 전 발표한 '창 밖에 잠수교가 보인다'라는 노래에 등장해 상대방을 놀릴 때 자주 쓰이며 유행어가 된 가사이다.

이 말을 영상 제작자들에게 한다면 발끈할 것이 분명하다. 영상을 보다가 잠든다는 것은 곧 '지루하다, 재미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놀림이 아닌 극찬이 되는 영상이 있다. 바로 ‘ASMR’이다.

머리맡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소리, 사각사각 종이에 닿는 연필소리, 포장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목재를 두드리는 소리까지…

최근 이러한 ‘소리’와 ‘편안함’을 키워드로 내세운 ASMR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미니유 유튜브 캡쳐)
[이데일리 김수진 인턴기자] 영국 스완지 대학에서 500명에게 ASMR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0%가 ASMR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또 ASMR을 들으며 팅글(Tingle·기분 좋은 소름)을 느낄 때 "두피 뒤쪽이나 척추의 선을 따라 혹은 어깨 뒤편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팅글은 ASMR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팅글은 트리거(Trigger·특정한 자극)를 통해 이뤄지는데, 두드리는 소리(Tapping), 속삭임(Whispering), 긁는 소리(Scratching), 입의 소리(Mouth sound), 구깃구깃하는 소리(Crinkle) 등이 이에 속한다.

ASMRer(ASMR을 만드는 아티스트)는 트리거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머리를 빗는다거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 시청자들이 팅글을 느끼게 하는 ‘노토킹'(No talking), 귀청소 가게, 피부과에 온 것처럼 연출하는 ‘상황극'(Role play), 치킨, 떡볶이 등 음식 먹는 소리를 트리거로 삼는 ‘이팅사운드'(Eating sound), 사연 혹은 편지를 읽어주는 ‘리딩'(Reading)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로 ASMR을 도입한 아티스트로는 ‘미니유’가 있다. 그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30만명을 넘는다. 그의 주요 콘텐츠는 귀 청소 상황극, 위로해주기, 사연 읽어주기 등이다. 구독자들은 그녀의 ASMR을 들으며 “엄마의 품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뭉클한 마음을 표현했다.

‘HONG SOUND(홍사운드)’는 이팅사운드로 유명한 아티스트다. 거침없이 내는 먹는 소리와 동네 아재 같은 친근함이 큰 강점이다. 한 열혈 구독자는 “먹방을 싫어하던 제가 홍사운드는 꼭 구독한다”며 “상대방의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재의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극찬했다.

ASMR은 1인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연예계와 정치인들도 참여하는 콘텐츠로 성장했다.

지난해 5월 가수 전효성은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노래 가사를 속삭이는 ASMR로 큰 화제를 끌었다. 

먹방(먹는 방송)BJ로 유명한 밴쯔 역시 ASMR 채널을 개설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진=최성 유튜브 캡쳐)
최성 고양시장은 정치인 중 처음으로 ASMR에 도전했다. 최 시장은 ‘초강수’라고 이름을 붙인 생수병을 마시며 “물은 그냥 마셔도 된다. 꼭 생수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기홍보에 나섰다. 이에 구독자들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신선하다”며 “앞으로도 유머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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