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택시장 침체에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이래저래 손실이 많이 날 것이고, 자산도 대규모로 상각해야 한다고 밝혀오긴 했다. 그렇더라도 15일(현지시간) 내놓은 씨티그룹의 손실은 19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한마디로 치욕의 날이다.
씨티는 지난해 11월 아부다비 투자청(ADIA)으로부터 긴급하게 75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또다시 이곳저곳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해야만 했다.
아시아 국부펀드 등 씨티에 투자한 이들 세력들은 주요 주주가 되어 아마도 적잖이 씨티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가 아시아 국가의 금융시장을 휘젓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196년 사상 최악의 손실
씨티그룹의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98억3000만달러, 주당 1.99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51억달러, 주당 1.03달러의 순이익을 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나락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70% 감소한 72억2000만달러인 반면 영업비용은 18% 늘어 165억달러에 달했다. 소비자 금융 부문은 순익을 내긴 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71%나 감소한 실적이었다.
그나마 선전한 부분은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으로 전년 동기대비 27% 늘어난 5억23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씨티 주가는 이날 7.3% 추락, 26.94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지난해 수준에서 반토막 났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실적 발표후 씨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심각한 손실과 함께 올해도 어려움이 산적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 콜에서 "이러한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 나가야 할 것이고,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만에 첫 배당금 삭감..145억弗 추가 유치
씨티는 배당금을 41% 삭감하고 인력을 4200명 이상 줄이는 한편, 145억달러의 우선주를 여러 해외 투자자들에 팔아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자구책도 함께 발표했다.
배당금을 줄인 건 지난 1998년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을 합병해 현재의 씨티그룹이 만들어 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배당금 삭감을 통해 씨티는 올해 약 44억달러를 챙겨둘 수 있게 됐다.
145억달러의 자본은 해외 국부펀드와 주요주주들로부터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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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20억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ADIA 및 전환 우선주 매각 등을 통해 이번 투자분까지 합하면 씨티는 약 263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게 됐다.
씨티는 자금 조달로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건정성을 평가하는 기본자본(Tier 1) 비율이 자체 기준인 7.5%를 넘는 8.2%로 높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무장`을 했다고 해서 씨티의 앞날에 희망이 비치는 것도 아니다.
CIBC 월드 마켓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추가 대출 손실 등이 50억~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