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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년 역사 `씨티`, `치욕의 일기` 쓰다

김윤경 기자I 2008.01.16 09:20:42

4분기 98.3억弗 손실…10년만에 배당금 첫 삭감
145억弗 추가 유치…亞주주들 입김 커져
주가 7.3% 하락..신용등급 강등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최대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놓고 있다.

그동안 주택시장 침체에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이래저래 손실이 많이 날 것이고, 자산도 대규모로 상각해야 한다고 밝혀오긴 했다. 그렇더라도 15일(현지시간) 내놓은 씨티그룹의 손실은 196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한마디로 치욕의 날이다.  

씨티는 지난해 11월 아부다비 투자청(ADIA)으로부터 긴급하게 75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또다시 이곳저곳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해야만 했다.
 
아시아 국부펀드 등 씨티에 투자한 이들 세력들은 주요 주주가 되어 아마도 적잖이 씨티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가 아시아 국가의 금융시장을 휘젓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196년 사상 최악의 손실
 
씨티그룹의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98억3000만달러, 주당 1.99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51억달러, 주당 1.03달러의 순이익을 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나락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했던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주당 97센트도 훨씬 넘긴 것.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70% 감소한 72억2000만달러인 반면 영업비용은 18% 늘어 165억달러에 달했다. 소비자 금융 부문은 순익을 내긴 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71%나 감소한 실적이었다. 
 
그나마 선전한 부분은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부문으로 전년 동기대비 27% 늘어난 5억2300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씨티 주가는 이날 7.3% 추락, 26.94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주가 수준이며, 시가총액은 지난해 수준에서 반토막 났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실적 발표후 씨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심각한 손실과 함께 올해도 어려움이 산적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 콜에서 "이러한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더 잘해 나가야 할 것이고,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만에 첫 배당금 삭감..145억弗 추가 유치

씨티는 배당금을 41% 삭감하고 인력을 4200명 이상 줄이는 한편, 145억달러의 우선주를 여러 해외 투자자들에 팔아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자구책도 함께 발표했다.

배당금을 줄인 건 지난 1998년 씨티코프와 트래블러스 그룹을 합병해 현재의 씨티그룹이 만들어 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배당금 삭감을 통해 씨티는 올해 약 44억달러를 챙겨둘 수 있게 됐다.

145억달러의 자본은 해외 국부펀드와 주요주주들로부터 받는다. 

▲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우선 주요주주인 `중동의 워렌 버핏`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투자에 나서고, 싱가포르 정부, 쿠웨이트투자청(KIA), 로스앤젤리스에 소재하고 있는 미 최대 뮤추얼펀드 업체 캐피털 그룹 등이 씨티가 발행한 우선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125억달러가 수혈된다.
 
또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20억달러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ADIA 및 전환 우선주 매각 등을 통해 이번 투자분까지 합하면 씨티는 약 263억달러의 자금을 수혈받게 됐다. 

씨티는 자금 조달로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건정성을 평가하는 기본자본(Tier 1) 비율이 자체 기준인 7.5%를 넘는 8.2%로 높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무장`을 했다고 해서 씨티의 앞날에 희망이 비치는 것도 아니다.
 
CIBC 월드 마켓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추가 대출 손실 등이 50억~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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