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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박용만 "규제완화 큰 물꼬 못 터 아쉽다…최태원 영향력 기대"

배진솔 기자I 2021.02.21 12:00:00

지난 18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퇴임기자간담회
7년8개월 임기 회상…"국회는 애증 관계"
가장 큰 성과 '샌드박스'…향후 "청년 꿈 돕는 일 하고 싶어"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저는 규제 샌드박스 그 자체가 혁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체감할 만큼 큰 물꼬를 트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앞으로는 최태원 회장이 하셔야죠.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지난 7년8개월간의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은 “임기를 돌아보니 시간을 가장 많이 쏟은 곳은 ‘직원들과 보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활동 중 직원들과 보낸 시간이 271시간45분, 언론인과 만남이 231시간 55분이라고 한다”며 “그 다음으론 정부와의 회의와 국회에서 보낸 시간이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직원들과 현안에 대해 고심하고 언론에 알리며 직접 발로 뛰며 호소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회에 대한 박 회장의 생각도 남달랐다.

그는 “국회는 애증의 관계”라며 “국회에서는 기업들을 도와주는 법안도 만들지만 얽매는 법안도 만든다. 희망적인 지원일 땐 더할 나위없이 기쁘지만 얽매는 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극복할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국회를 48번 찾아 72시간 45분을 보냈다. 기업규제 법안 통과를 제지하기 위해 막판까지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기도 하고 의원들에게 쓴소리도 던지기도 했다. 청년 최고경영자(CEO)들의 손을 잡고 국회를 함께 찾아 ‘새로운 길’을 열어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기업들 힘들게 하는 법안 쏟아져 우려”

박 회장은 “재임기간동안 국회에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한다는 거였다”며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과 사업이 태동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융합해서 태어나는 이 시대에서는 도저히 지금의 법과 제도로는 미래를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 바꿔보자 해서 국회 문을 두드렸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힘을 받게 돼 생긴 것이 샌드박스”라며 “샌드박스로 실제로 해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법을 바꿔야 할 당위성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큰 물꼬를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 회장은 “규제를 없애는 것을 디폴트(기준값)로 하고, 규제를 왜 존치해야 하는지가 입증돼야 맞는데 지금은 존치가 디폴트이고, 왜 바꿔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그런 큰 물꼬를 바꾸지는 못하고 떠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 3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21대 국회에서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법안이 쏟아져 기업들이 거부감과 우려가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느끼기엔 지난 정부때부터 단기간에 너무 부담이 많아진 것이 현실이고 그 변화를 수용할 만큼 기업들의 체질이 건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임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론 국회를 누빈 일화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와 방북 당시 백두산에 방문했을 때를 꼽았다. 박 회장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났던 장면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며 “백두산 방문 당시에도 경제협력을 비롯해 동반해서 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기억에 남고 소회가 남다르다”고 회상했다.

“최태원 후임 회장…영향력·미래산업·사회적 가치 등 식견있으신 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후임 회장으로 단독 추대된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규모가 영향력을 상당히 대변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5대 그룹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아무래도 그 정도 규모의 총수가 들어오면 대변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서울상의 회장단을 구성을 보면 알겠지만 최 회장은 미래산업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미래 방향에 대해 나보다 훨씬 잘 대변할 수 있는 식견을 가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상공회의소에는 정보통신(IT)·게임·스타트업·금융업계의 젊은 기업인들이 회장단에 합류했다.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036570)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다. 이들은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산업군의 젊은 기업인들도 회장단에서 활동하자고 추천해 함께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과 의사소통 능력이 대한상의의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박 회장은 “현재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요구사항으로 자리 잡은 사회적가치 등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며 “최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잘 하고, 모두들 기대를 가지고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박 회장은 현재 자리에 집중하며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아직 뭘 할지 정하지는 못했다”며 “현재 자리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 젊은이들의 꿈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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