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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와글와글]“입법비상사태”라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강신우 기자I 2015.12.19 08:05:06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여의도와 바깥세상은 온도 차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국회에선 새누리당이 “입법비상사태”를 연발합니다.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이 연내에 통과가 안 되면 곧 나라에 큰일이 닥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런데 국회 내에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는 국민은 몇이나 될까요.

△정의화 국회의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 국회장 영결식에서 영결사를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국회는 입법비상사태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한창입니다.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법 연내 처리를 외치며 빨리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 대혼란이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은 공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비상사태라고 할 만큼 시급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왜 정부·여당은 입법비상사태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인 개정국회법 제85조1항에 보면 직권상정(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을 하기 위해서는 천재지변이 있거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그리고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등 3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대야(對野) 협상이 안 되니 국가비상사태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겁니다. 입법비상사태라는 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말이니 당연히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선진화법으로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지금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된다”(정 의장)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한 초선의원은 사석에서 “오죽 급하면 이러겠느냐”며 “우리도 명분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명분은 이렇습니다. 지난 2일 여야 지도부 심야회동을 통해 작성한 합의문에 ‘기업활력제고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은 정기국회 내에 여야 합의·처리한다’는 문구에서 ‘처리’에 방점을 둔 겁니다.

반대로 야당은 ‘합의’에 무게를 뒀습니다. 그러니까 여당은 처리하기로 했으면서 왜 합의를 깨느냐고 하고 야당은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처리할 수 있다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정 의장도 합의를 중시하고 나서면서 여당이 직권상정을 강요하는 모양새된거죠. 그러면서 항상 뒤에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불평입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직권상정 요건이 까다로워 진건 맞습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직권상정을 사실상 할 수 없도록 만든 겁니다. 여야가 법안 등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가 공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은 여야의 합의정신을 강조한 법입니다. 싸우지말고 합의해서 일을 풀어나가자는 의미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이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6일 ‘주요법안 심사기일 지정 촉구 결의문’을 들고 정의화 국회의장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김용남 원내대변인·원유철 원내대표·김정훈 정책위의장·문정림 원내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당청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님, 사실 제가 요즘 별명을 새로 얻었습니다. ‘이종걸 스토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스토커가 됐습니다”라고.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한·중FTA 할 때도 그렇고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뭐 만나야 하니까요. 도장을 받으러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당시 원 원내대표의 이 말 한마디에 대통령이 웃으면서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야당을 설득하고 합의하기 위해 그만큼 애를 썼다는 표현을 에둘러 한 것일 텐데요.

지금 여당의 모습은 어떤가요. 야당과 합의하려는 모습은 뒷전 인체 직권상정을 해달라며 국회의장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요. 지금 국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 보다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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