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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법률칼럼]목줄 안한 맹견 공격, 견주가 책임져야

이종일 기자I 2020.05.23 11:41:00

목줄 안 한 개의 사람 공격 사례 늘어
다친 사람, 견주에게 치료비 청구 가능
개와 산책시 목줄 꼭 걸고 다녀야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김은영 변호사.
[김은영 변호사]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목줄이 채워진 애완동물들이다. 변호사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만이 가득했던 내 사무실이 어느샌가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존 시골집 마당에 풀어두면서 남은 잔반을 먹이던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이제는 고급 사료를 먹이고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은 동물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숫자가 많아진 만큼 그에 따르는 발생하는 문제들도 많아졌다. 애완동물의 급증 추세를 반영해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도를 시행하였지만 소유자들의 참여 부족으로 일단 계도기간을 두었다가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3개월령 이상의 개를 등록하지 않은 소유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니 유의해야 할 점이다.

애완동물은 이성을 가진 사람과는 달리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수함이 있고 관련된 사건도 많이 일어난다. 최근 한 연예인이 키우는 맹견이 울타리에서 넘어와 할머니를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연예인이 피해자의 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일부 견주들은 다친 사람을 무시하고 오히려 개 치료비를 내놓으라고 ‘적반하장’ 격의 모습을 보인다.

작년 말경 지인으로부터 밤늦게 급한 전화를 받았다. 당일 저녁 집 근처 공원에서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목줄을 걸고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개가 갑자기 자신의 개를 보고 흥분해 달려들어 이를 저지하다 상대방 개를 다치게 했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상대방의 개에 의해 다리에 물렸는데 상대방이 개에 대한 피해보상을 지인에게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상 등록대상이 되는 동물과 함께 외출할 시 소유자는 목줄 등의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지인의 경우 상대방 개가 목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지인의 개에게 달려들었고 지인이 상해를 당한 사안이기에 우선 상대방은 동물보호법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형사처벌 외에 지인은 상대방이 요구하는 피해보상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 민법상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과연 지인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이 행위가 발생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달려든 개의 주인이다.

개의 소유자들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동물에게 목줄을 채워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상대방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일로 인해 내 지인은 자신과 자신의 개를 방어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상대방의 개가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나는 지인에게 치료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이를 들은 지인은 안도하면서도 자신이 다치게 했던 개를 걱정했다. 개를 키워보지 않은 나로서는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목줄을 안 한 맹견은 순식간에 사람에게 달려들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견주는 주변 사람들과 안전한 산책을 하기 위해 개에 목줄을 꼭 걸어서 다녀야 할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은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동물이 아닌 가족과 동일시하며 애완동물이 죽을 경우 ‘펫로스 증후군’으로 우울증에 걸리고 장례까지도 치러주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정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에서는 아직까지 애완동물을 ‘물건’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이론에서는 물건의 수리비용이 물건의 구입비용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수리를 할 실익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새 물건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한정하여 민사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애완동물이 피해를 입은 경우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각종 치료를 하면서 들였던 비용들은 온전히 보상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서 소개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동물치료에 물리치료, 한방치료가 있고 보험이 되지 않아 비용이 엄청나기에 개를 구입한 비용보다 치료비용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법원에서는 위자료로서 일정 금액을 인용해주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동물 소유자들로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변호사들에게 하소연한다. 애완동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물건’의 일종으로만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법은 이제 조금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은영 변호사 이력

△인천가정법원 소년국선보조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감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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