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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투자 사막에 오아시스 될까

박소영 기자I 2024.02.28 09:29:29

[오일머니를 사로잡아라]①
2030년 기업가치 1000억달러 유니콘 45곳 예상
지난해 MENA 지역 스타트업 40억달러 조달
신기술·고성장 주목하며 한국 스타트업에도 관심

[아부다비·두바이=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2030년까지 기업가치 1000억달러(약 134조원) 유니콘 45곳이 걸프협력회의(GCC·중동 6개 산유국) 안에서 등장할 것이다.”

중동 대표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바레인의 걸프 파이낸스 하우스(GFH)가 밝힌 전망이다.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출자받은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 등 중동 지역 운용사들의 투자가 활발해지는 만큼, 이들로부터 투자받으며 무섭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27일 이데일리가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 중동 현지에서 만난 운용사들은 넘치는 자금을 투자할만할 투자처 중 하나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만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한 관계자는 “선박과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유통·물류 등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산업에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운용사 한 곳에 출자를 진행하고 있고,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한국 사모펀드(PEF)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시장에 대한 중동 국가의 관심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 UAE, 카타르 등 빅 3로 꼽히는 나라에 모두 방문하며 더욱 커졌다. 이후 한국과 사우디는 1억6000만달러(약 2137억6000만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했고, UAE 국부펀드는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한국 기업 투자를 약속했다.

국내 한 운용사의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진출 물꼬를 터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양국 간의 신뢰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VIP가 국빈방문한 나라가 있으면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기관이 타겟 시장에 집중 분석을 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미팅 잡기나 계약 체결에 수월하며, 결과가 빨리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동 스타트업들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동 최대 벤처캐피털(VC) 왐다캐피털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스타트업 498곳은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39억8000만달러(약 5조3153억원)를 유치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022년에는 802곳의 스타트업이 총 39억5000만달러(약 5조2752억원)를, 2021년에는 639곳이 28억7000만달러(약 3조8329억원)를 유치한 바 있다.

특히 핀테크와 전자상거래, 의료, 물류,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이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신기술·고성장 스타트업이 다수 포진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국 투자에 대한 중동 VC발 투자 열기도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UAE 소재 VC는 쇼룩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쇼룩파트너스는 신유근·마흐무드 아디 공동대표가 지난 2017년 중동 현지에 설립한 투자사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의료·바이오테크 섹터 등에 주목하고 있다. 쇼룩파트너스는 구체적으로 올해 한국에서 게이밍·엔터테인먼트를 다루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파이를 늘릴 계획이다. 이데일리가 중동 현지에서 만난 타렉 파우드(Tarek Fouad ) 쇼룩파트너스 게이밍·엔터테인먼트 리드는 “6개 기업에 각 500만달러(약 67억원)를 투자해 총 3000만달러(약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동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국내 스타트업의 활약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친환경 새우 양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AD수산은 사우디와 수출 계약을 체결해 스마트 양식장을 건설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현지에서 매출을 내는 실제 사례가 많아져야 중동 자금도 움직일 것”이라며 “다양한 스타트업이 현지법인을 세우고 LP뿐 아니라 중동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펼치기 위해 물밑작업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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