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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무릎팍도사` 찾은 삼성 사장..그의 고민은?

이창균 기자I 2010.09.02 08:35:24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1일 CEO 강좌 첫 강사로 모교 방문
고민·비전..진솔한 강연에 재학생들 상담으로 `화답`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사장님은 살아오면서 가정과 직장 중 어느 쪽에 더 열정을 쏟으셨나요?"

"이런 어려운 질문을···(웃음) 일에 열정을 다했더니 그만 가정에 소홀했던 점은 솔직히 인정해야겠어요. 그래서 요즘 회사 후배들 만날 때마다 가정·건강·일, 이렇게 세 가지 모두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연세대 제3공학관 C040 대강의실. 어느 재학생 `후배`의 당찬 질문에 `선배`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은 난감해하면서도 솔직하게 답변해 강의실을 가득 채운 300여 학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박 사장은 이 학교 전기전자공학부 72학번 졸업생 출신. 연세대와 삼성전기(009150)가 개설한 가을학기 CEO(최고경영자) 강좌 ` IT 기술의 혁신 및 경영`의 첫 강사로 모처럼 모교를 방문한 그는, 진솔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강연으로 후배들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재용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해당 분야의 세계적 리더를 모시게 돼 기쁘다"며 박 사장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 "부품은 1㎜, 1㎛의 전쟁..향후 전자산업 트렌드는 `융·복합` 될 것"
 
"부품산업은 1㎜(밀리미터), 1㎛(마이크로미터: 1㎛=0.001㎜)의 전쟁입니다.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er: 적층 세라믹 콘덴서) 0402(0.4×0.2×0.2㎜)를 와인잔에 가득 채우면 전부 몇 개나 들어갈까요?" 박 사장이 질문을 던지자 학부생들 사이에 잠시 웅성거림이 일었다. 500만개? 1000만개? 박 사장이 말한 정답은 `2200만개`다.
 
이어 그가 "이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컨버터블 한 대 가격에 해당하는 5억2000만원"이라고 전하자 학생들은 "어우~"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박 사장은 현재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의 두께가 20년 전인 1990년대비 1/4 수준으로 줄었을 만큼, 그동안의 부품 기술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 모교인 연세대를 찾아 후배들에게 강의중인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박 사장은 이 같은 업종 정보 소개뿐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사회 진출을 앞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 생각을 하고 꿈을 꾸면 그 생각과 꿈은 반드시 세상에 실현된다"면서 "여러분도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과 꿈에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향후 전자산업의 트렌드가 다른 업종간 `융합`과 `복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 "취업을 하든 사업을 하든 이 `융·복합`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아이디어가 없을 때마다 이를 떠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일부 학생은 "후배인 저희가 졸업 후에 어떤 가능성을 갖게 될 지 궁금하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꾸준히 계획을 세우고(Plan), 꿈 꾸는 만큼 매일매일 변화하고(Change), 적극적 행동에 나선다면(Action) 미래를 값지게 채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박진범씨(전기전자공학부 대학원생)는 "기업들 정보 같은 경우는 온·오프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렇게 CEO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아서 참 좋았다"며 "특히 (박 사장이) 모교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여러 와 닿는 조언을 해주신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기의 고민(?)을 제대로 파헤쳐보자, 팍팍!

그런가하면 박 사장도 강연 도중 고민(?)을 털어놨다. 프리젠테이션 전용 대형 스크린에 `삼성전기의 고민은?`이란 문구와 함께 모 방송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 MC 강호동의 사진이 나타나자, 학생들은 순간 폭소하면서도 궁금한 듯 이목을 집중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내 그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그가 말한 고민이란 다름 아닌 `일본 부품업체들 사이에서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중인` 삼성전기의 현재 모습.
 
▲ 강연을 진행중인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톱 텐(Top 10) 부품업체 중 9개사가 TDK(1위), 일본전산(2위) 등 모두 일본 회사였던 반면, 삼성전기는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6위에 랭크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일본 업체들이 전자부품 분야를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인프라나 정보 공유에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면서 "이런 기업들과 싸우는 고독한 상황이다보니 한국 IT산업의 미래가 우려되는 것이고, 이는 여러분처럼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원재료와 핵심부품의 경우 여전히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박 사장의 고민거리다.

결국 이날 박 사장이 찾은 모교 후배들은, 업황에 대한 그의 허심탄회한 고민을 들어주는 `무릎팍도사`이기도 했던 셈. 다만 무릎팍도사 프로그램에 나오는 고민 중엔 "배우로서 잘생겨서 고민이에요" 등의 자신감 넘치는 내용이 주를 이루듯, 박 사장이 내세운 고민에도 자사가 일본 유수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최고 부품업체란 자신감이 묻어났다.

박 사장은 "작년까지는 6위였지만 올해가 끝나고 순위를 집계하면 아마 5위까지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해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바이오 부문에서의 사업을 계속 확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업계 톱-티어(Top-tier)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기는 현대모비스(012330)와 자동차용 부품사업 진출에 대해 협의 중이다. 지경부 공동 프로젝트로 탑재형 급속충전기를 연구하고 있고, 미국 약품업체와 공동 개발중인 나노리터급 약물토출시스템과 독성검출용세포칩 등 바이오 부품 사업도 진행한다는 것이 박 사장 설명이다. 

또한 국내외 건설업체들과의 기술 융합으로 태양광 인버터, 스마트 미터, 연료전지(SOFC) 등 친환경 하우스 제품을 생산하는 데 나선다는 계획이다.

◇ 연세대-삼성전기, 하반기 CEO 강좌 시작

한편 삼성전기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와 공동으로 2010년도 2학기 과정 CEO 강좌 `IT 기술의 혁신 및 경영`을 개설했다고 이날 밝혔다. 강좌는 사전에 수강신청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에 열리며, 총 16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첫날 강사로 나선 박 사장 외에도 고병천 부사장, 이상표 인사팀장, 임창수 UC솔루션팀장, 오용수 AM랩장, 남창갑 CDS사업부 WS개발팀장 등이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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