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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져보기]로드맵 없는 한류지원協, 무얼 할건가

김용운 기자I 2012.04.30 09:11:16

정부·경제단체 `한류` 협의회 발족
취지 좋으나 구체적 계획 아직 미비
생색내기 모임 그쳐선 곤란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30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2005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노 대통령이 묵었던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 앞에 한류 팬들이 모여 탤런트 안재욱과 장동건을 멕시코에 오게 해달라고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멕시코에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 등이 방영되면서 두 톱스타의 팬들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두 스타의 멕시코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팬미팅을 하기에는 소속사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탓이다.

올해 3월 JYJ가 칠레와 페루에 가서 한국 아이돌 그룹 최초로 단독 공연을 펼쳤다. 수만 명이 몰린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JYJ가 남미에 가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일정 부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촉발된 한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경제적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올해 2월 국내 기업 100곳의 국제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담당자의 55.8%가 제품과 기업호감도 제고에 한류가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설문한 결과에서도 “한류로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해 우호적 이미지가 높아졌다”는 답변이 82%에 이르렀다.

이렇게 한류가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상황이지만 정작 한류를 창출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한류스타의 광고모델 기용 등에만 관심을 가질 뿐 한류를 활용한 전략이나 지원에는 관심이 없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물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기업들이 애쓰고 있긴 하지만,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류와 연관한 마케팅이나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와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각에서 가칭 "한류지원협의회"를 발족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협의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와 한류 관련 업종단체, 콘텐츠 산업 전문가, 엔터테인먼트 단체들이 참여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7일 발족한 한류지원협의회(가칭)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류지원협의회는 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의 국제업무 임원, 대한화장품협회 등 업종단체 임원, 문화콘텐츠 전문가,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와 문화체육관광부 한류문화진흥단 실무진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신흥국 내 한류 열풍을 활용해 한국과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한류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을 도모할 예정이다.

다만 한류지원협의회가 단순히 생색을 내기 위한 협의회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한류지원협의회는 분기별로 회의를 한다는 것만 명확할 뿐 아직 정확하게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준석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민간 영역에서 한류에 대한 정보와 전략을 다양하게 교류하도록 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위원장 선정과 사무국 설치 등 실무적인 부분도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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