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고물가에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런치 세트 메뉴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 물가상승)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다. 특히 직장인들 수요가 늘었다. 런치 세트는 특정 시간 버거와 디저트 메뉴를 같이 묶어 점심 시간대 할인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업계는 런치 세트의 메뉴의 구색을 강화하고 시간대를 늘리는 등 수요 저격에 나섰다.
|
20일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에 따르면 자사 점심 판촉 행사 ‘리아 런치’의 지난 9~10 판매랑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2%, 16% 증가했다. 리아 런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롯데리아 인기 세트 메뉴 6종(데리버거·치킨버거·핫크리스피치킨버거·미라클버거·리아 사각새우 더블·모짜렐라 인더버거베이컨)을 기존 가격 대비 12% 할인해 파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제품은 직장인이 많은 오피스 상권에서 판매량이 두드러졌다. 롯데GRS 관계자는 “시가지에 위치한 매장의 올해 2분기와 3분기 리아 런치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각각 약 5%, 12% 증가했다”며 “관련 상권의 고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을 수요를 노리고 관련 판촉 행사를 늘리고 있다. 리아 런치가 끝나면 곧바로 ‘리아 타임’이 이어진다. 이 역시 치킨버거와 치킨너겟 제품을 매장에서 할인가로 제공하는 행사다. 여기에 자사앱(애플리케이션) 회원과 쿠폰 등 할인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점심 세트 메뉴의 인기는 비단 롯데리아 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도 최근 런치 세트 메뉴 ‘맥런치’를 강화해 ‘맥런치 플러스’를 내놨다. 메인 메뉴를 ‘빅맥’ 혹은 ‘더블 불고기 버거’ 중 선택할 수 있다. 사이드 메뉴는 ‘맥너겟’ 4조각, ‘바닐라 선데이 아이스크림’으로 선택지를 확대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최근 늘어나는 고객들의 고물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갑은 텅텅…돈 아끼려 먹던 도시락 가격도 ‘껑충’
버거킹도 점심 세트 구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인기 세트 메뉴를 하루 종일 할인해 판매하는 ‘올데이킹’ 메뉴를 새롭게 단장해 선보이면서다. 와퍼주니어부터 치킨버거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는 5500~6500원까지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메뉴 구성을 정기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런치플레이션 등 고물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100)로 전년동기대비 1.3% 올랐다. 특히 외식물 외식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해 전달(2.6%) 보다 0.3% 포인트 높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달 39개 품목 중 33개의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직장인들이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주로 먹는 도시락이 8.1% 올라 가장 많이 상승한 품목으로 꼽혔다. 이어 떡볶이(6.2%), 칼국수(5.6%), 햄버거(5.5%), 치킨(5.2%), 김밥(5.0%), 김치찌개 백반·설렁탕(4.3%), 해장국(4.1%), 생선회·구내식당식사(4.0%)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같은 햄버거 제품이라도 할인폭이 큰 런치 세트가 더 잘 팔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고객의 소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업체에서도 점심 세트 메뉴는 마진이 크지 않지만 집객 차원에서 선보이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런치플레이션 현상은 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