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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답장, 열어보니 허탈해… 무시당한 기분”

박한나 기자I 2020.10.14 07:39:34

文 답장 "깊은 위로...진실규명 직접 챙기겠다"
유족 측 "친필 아니고 내용에도 실망과 허탈감"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답장에 유족 측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A씨의 형 이래진(55) 씨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답장이 오늘 아침 편지 봉투에 담겨 등기로 도착했다”며 “내용은 A4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에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성된 문서”라고 설명했다. 편지 끝에는 기계로 한 문 대통령의 서명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문 대통령이 그동안 방송에서 수차례 밝힌 내용일 뿐 대책이 추가된 것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이씨는 “편지가 처음 도착했을 땐 먹먹한 마음에 뜯어보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며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고, (동생의 죽음이)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편지에서 문 대통령은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면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등 위로의 말을 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는 당부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 하겠다”라며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 내 주길 바란다”고 편지를 맺었다.

피격 공무원 아들의 친필 편지(사진= 유가족측)
앞서 숨진 이모씨의 아들인 이군은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느냐”며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 월북 논란으로 실추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군이 작성한 편지는 이래진씨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당시 이씨는 “가족을 대표해서 드린다”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해 진지하게 답변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편으로 유족 측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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