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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갓쓰고, 한복입은 中 회장님…‘한국’여행 갑시다

강경록 기자I 2020.07.01 08:00:00

트립닷컴 공동창업자이자 씨트립 회장 ‘량젠장’
1일 '슈퍼보스 라이브쇼'서 韓 상품 판매 나서
코로나로 위축된 여행업계에 '활기'
'빅뱅' 지드래곤, 中 음료 모델 발탁
연예계도 한한령 해제 기대감 커져

량젠장 씨트립 회장(왼쪽)은 1일 중국 최대 라이브 커머스 방송 ‘슈퍼보스 라이브쇼’에 출연해 한국 여행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중국 최대 여행기업 트립닷컴의 공동창업자이자, 아시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의 량젠장(梁建章, James Liang) 회장이 한국 전통 복장인 한복을 입고 갓을 썼다. 한국관광공사가 온라인 여행사(Onling Travel Agency·OTA) 씨트립과 공동으로 량 회장이 출연하는 중국 최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인 ‘슈퍼보스 라이브쇼’의 ‘한국특집’ 편을 예고하며 30일 공개한 포스터에서다.

1일 오후 8시부터 약 40분간 진행될 ‘슈퍼보스 라이브쇼’ 방송에서 량 회장은 여행 상품 판매에 직접 나선다. 더구나 관광상품의 대상지는 한국이다.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상품을 공식 판매하는 것은 지난 2017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한 뒤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 한국행 관광 상품을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회장이 직접 방송에서 판매한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 및 상품 판매는 중국 정부의 용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한령 해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슈퍼보스 라이브쇼’에서 한국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해외 목적지로는 최초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관리와 안전함을 증명하는 한편, 일상적인 교류가 회복되는 대로 한국이 인기 관광목적지가 될 것이라는 중국 여행업계의 기대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량 회장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올해 1분기에만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자 지난 3월 21일부터 라이브 커머스 방송 현장에 달려갔고 중국인들에게 중국 여행 상품을 직접 판매하며 씨트립의 회생을 이끌었다. 정장 차림에 회장으로서 격식을 갖추는 대신 탐험가나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의상에 수염을 붙이는 등의 분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여행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 했다. 이 같은 량 회장의 시도는 5월 13일 시청자 200만 명, 같은 날 트립닷컴 중국 플랫폼을 통한 상품 결제 4700만위안(약 80억원)으로 이어지는 등 대박의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한국 여행 상품 판매 방송에서도 그런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한국 관광상품 판매 재개가 다시 본격화되면 코로나19로 침체한 국내 관광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한한령에 이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패닉에 빠진 여행업계에 오랜만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라며 “당장 관광객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 동안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고 반색했다.

한한령 해제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엿보였다.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는 화둥 지역 등 중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수학여행 단체 관광객 3500여명을 유치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대형 수학여행단의 방한을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내 건강식품·생활용품 판매기업인 이융탕의 임직원 5000명이 5박 6일간 포상(인센티브) 관광차 인천을 찾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커지면서 한한령이 완전히 걷히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중국 내 한국행 단체 관광 일정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후 6개월 만에 한국 관광 상품이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행·관광업계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과거 K-뷰티가 한창 성장할 때는 품질에 앞서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통한 K-컬처 붐의 수혜가 컸다”면서 “다시금 한류가 붐을 타게 되면 향후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사들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나, 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무리다”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중 관광교류가 다시 활성화되면 향후 산업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내 한류를 이끌었던 연예계에도 희소식이 되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지난 4월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중국 본토 음료 브랜드 차파이의 모델로 발탁돼 출연한 광고가 중국의 대표 SNS 웨이보에 먼저 공개되고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는 아이치이에서 방송된 중국판 ‘프로듀스101’인 ‘청춘유니2’에서 멘토로 활약하는 등 한한령 해제 조짐을 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계도 중국과 교류에서 활기를 되찾는다면 시장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영균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등 연예 콘텐츠의 해외 판로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뚫린다면 연예계가 운신의 폭이 조금이라도 넓어질 것”이라며 “다만 과거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측이 투자와 제작계획 등을 중단해 피해가 컸던 만큼 그런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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