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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대한변협·서울변회 회장 '청년'이 결정했다…변호사계 '세대 교체' 바람

남궁민관 기자I 2021.01.29 07:38:16

서울변회, 첫 로스쿨 출신 김정욱 회장 탄생
청년 변호사 지지 얻은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으로
위기 몰린 로스쿨 출신 청년 변호사들 결집 전략 주효
로스쿨 배출 인원 축소·직역 수호 등 연대 대응 예고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변호사 3만명 시대. 청년 변호사들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자체 경쟁뿐 아니라 회계사·세무사·변리사 등 유사 전문직과의 직역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 같은 분위기는 결국 청년 변호사들의 결집으로 이어졌고, 이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 회장을 뽑는 선거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변호사업계도 바야흐르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제96대 서울변회 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114년 서울변회 역사상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김정욱(42·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가 당선됐다. ‘세대 교체’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자는 젊은 변호사들의 탄탄한 지지를 등에 업은 결과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틀 뒤인 27일 대한변협 회장 선거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제51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 결과 김정욱 변호사와 연대, 젊은 변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이종엽(58·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가 승리했다.

2009년 문을 연 로스쿨은 2012년 이후 9년간 매년 1600~17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판·검사 임용 인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로스쿨 변호사들은 1만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변협 회원으로 등록된 변호사가 총 2만 9600여명(개업 회원 2만 4800여명+휴업·미개업 준회원 4800여명)이니 로스쿨 변호사들이 전체 변호사 중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이후 로스쿨 변호사들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업계 내 위상은 제자리걸음,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력이 짧은 청년 변호사들이 대부분이고 일거리조차 넉넉지 않아 생계형 변호사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종엽·김정욱 변호사의 당선은 변화를 위해선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로스쿨 변호사, 청년 변호사들이 결집한 결과로 법조계는 분석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제51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종엽(왼쪽) 변호사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제96대 회장에 당선된 김정욱 변호사.(이데일리DB)


현 집행부에 불만 가진 선배 변호사도 가세

실제로 이들의 당선 배경엔 로스쿨 변호사 4000여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 한법협 초대 회장을 역임한 김정욱 변호사와, 그와 연대한 이종엽 변호사에게 한법협은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한법협은 한창 사시 존치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던 2015년 출범해 로스쿨 변호사들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해 온 대표적인 청년 변호사 모임이다.

이와 함께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가진 변화를 바라는 선배 변호사들의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변회 회장을 역임한 한 변호사는 “직역 수호 등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한 두 후보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목소리를 내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던 대한변협, 서울변회 현 집행부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청년 변호사들의 결집에, 변화를 원하는 다수의 사법연수원 출신 선배 변호사들이 힘을 보탠 것이 이들의 당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대한변협을 이끌게 된 이종엽 변호사는 인천 광성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였다. 인천지검과 대구지검 영덕지청, 창원지검에서 검사를 지낸 그는 1995년 변호사로 나섰다. 그는 인천변회 회장 출신 첫 대한변협 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케이앤피도 인천에 있고, 2017년 제19대 인천변회 회장을 역임한 경력을 감안할 때 인천 지역 변호사들의 지지 역시 이 변호사 당선에 큰 힘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변회 회장으로 당선된 김정욱 변호사는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시립대 로스쿨을 1기로 졸업했다. 그간 한법협 초대 회장,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대한변협 부회장, 서울변회 부회장, 직역수호변호사단 상임대표 등을 거치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쳐 왔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회장 선거에 각각 출마 선언을 할 당시부터 연대를 맺었던 두 변호사가 향후 함께 풀어 나갈 핵심 과제로는 변호사 공급 과잉 시대 로스쿨 배출인원 감축이 우선 꼽힌다. 이와 관련, 두 변호사 모두 로스쿨 결원 보충제 폐지를 공언하고 있다. 유사 직역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대응과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시장과의 맞대결 등도 풀어야 할 난제다.

‘변호사 업계 위상 제고’ 약속

선거 운동 캐치프레이즈로 ‘밖으로는 강한 위상! 안으로는 전폭 지원!’을 내세운 이종엽 변호사와 ‘행동하는 직역 수호! 승리하는 서울변회!’를 내세운 김정욱 변호사 모두 변호사 업계의 위상 제고를 약속하고 있다. 한법협의 지지 성명처럼 이 두 회장이 ‘변호사 사회 새로운 흐름’을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하 각 단체장 약력이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 △1963년생 △서울대 법과대학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8기 △인천지검·대구지검 영덕지청·창원지검 검사 △제19대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 △1979년생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 △서울시립대학교 로스쿨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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