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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특공대의 酒첩]①대부도에서 만난 와이너리

김태현 기자I 2017.04.08 09:42:36

대부도 포도 사용한 와이너리 '그랑꼬또'
바지락 칼국수 일색인 대부도의 먹거리
관광지도 천편일률…그랑꼬또 모델 필요

“인생은 짧고 마셔봐야 할 우리술은 많다”

‘우리술 전문가’ 이수진 술펀 대표와 프리랜서 김도연 PD와 의기투합했다. 이른바 ‘주막특공대’. ‘취함을 존중한다’(취존)는 누구네 얘기처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취존 우리술을 찾아 떠난다. 증류식 소주부터 막걸리까지 맛있는 우리술이 있다면 전국 각지 어디든지 떠난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오전 9시 반 주막특공대의 첫 행선지인 대부도에 도착했다. 주막특공대의 처음 소개할 ‘옥로주’를 만나기 위해서다. 옥로주를 만나기 전에 대부도를 둘러봣다.

대부도로 들어가는 탄도방조제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제일 먼저 탄도방조제가 우리를 반겼다. 대부도로 들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육로다. 탄도방조제 중간쯤 달리다 보니 바다 수평선 넘어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최초의 국산 풍력발전기란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여유롭게 도는 풍력발전기와 상쾌한 바다 내음에 마음이 설렜다.

우선 우리가 향한 곳은 국내 몇 안 되는 대형 와이너리 ‘그랑꼬또’다. 그린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그랑꼬또는 2001년부터 국내산 포도를 사용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4월의 그랑꼬또는 포도 수확철이 아니라 한가했다. 포도 수확철인 가을만 되면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2만원만 내면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수확해 직접 와인까지 담가볼 수 있다. 와이너리를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게 아쉽긴 했지만, 다양한 빈티지의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랑꼬또 와인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평소 마시던 와인과는 맛이 달랐다. 가볍고 산뜻한 맛이지만, 포도 주스라고 해도 믿을 만큼 포도향이 강했다. 원재료인 포도 품종이 다른 탓이다.

프랑스, 스페인, 칠레 등 평소에 자주 접하던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르 등이다. 떫은맛이 강하게 묵직한 불륨이 특징이다. 그랑꼬또에 사용된 와인은 생과일로 주로 먹는 캠벨이다. 떫은맛이 덜하고 새콤한 맛이 강하다.

그랑꼬또 로제와인을 설명 중인 김한식(오른쪽) 그랑꼬또 이사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맨 처음 맛본 ‘그랑꼬또 로제 와인’은 로제 와인의 달콤함보다 화이트 와인의 새콤함이 강했다. 국산 개량 포도 품종인 청수 포도로 만든 ‘청수 와인’과 직접 숙성시킨 브랜디도 맛봤다.

김한식 그랑꼬또 이사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에 입맛이 길들여진 국내 소비자들에게 캠벨로 만든 그랑또로 와인은 맛과 향이 강한 한식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와인을 마시자 슬슬 배가 고파졌다. 서둘러 빠져나와 먹을 곳을 찾아 움직였다.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10분 만에 무너졌다. 하나같이 바지락 칼국수 가게만 즐비했다.

갯벌이 풍부한 대부도는 바지락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조금만 둘러봐도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바지락 칼국수가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메뉴도 아니고 메뉴 개발이 절실해 보였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노래미를 낚고 있는 강태공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그러면 장어탕 드시러 가시죠” 대부도 유경험자인 이수진 술펀 대표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 바지락 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도에서 유명한 게 갯벌 장어다. 갯벌에서 나 살이 단단하다.

장어를 탕으로 먹는 건 처음이었다. 장어에 낙지 그리고 무를 크게 썰어넣고 매콤하게 끓여낸 장어탕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장어에서 빠져나온 기름이 녹진한 국물을 만들어 얼큰한 맛이 입안을 휘몰아쳤다. 기름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았다.

장어탕을 먹고 나와 소화도 식힐 겸 대부도 관광지를 돌아보고자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찾았다. 제철 생선 노래미를 낚기 위해 부둣가에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제외하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바지락 캐기 등 갯벌체험이 가능한 종현어촌체험관광마을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부도를 찾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메뉴의 음식점과 비슷한 종류의 체험장만 넘쳐났다. 1990년대 내세웠던 물길이 열리는 ‘모세의 섬’이 아직도 대부도 관광 모토다.

대부도는 여러모로 관광지로서 장점이 많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라는 지리적인 장점과 산과 갯벌이 어우러져 있다. 갯벌은 풍부하고 바지락말고도 즐길 수 있는 식재료가 넘쳐난다. 특산물인 대부도 포도를 이용한 그랑꼬또 같은 특색있는 관광 아이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구몽도 조망대에 몰려든 갈매기 (사진=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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