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작가 이명호 '사진과 그림의 경계' 허물다

김인구 기자I 2013.12.13 09:17:59

'사진-행위 프로젝트' 전
광활한 초원에 나무사진 세운듯
피사체 뒤에 캔버스 설치 '이색매력'
내달 5일까지 갤러리현대서

이명호 사진작가(사진=갤러리현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2004년 이후 발표한 작품이 달랑 25점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요.”

이명호(38)는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핫한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2004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후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꾸준히 주목받으며 최고의 명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2006년 ‘사진비평상’, 2009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을 받았다. 올해엔 강남구청과 함께한 환경캠페인 ‘가로수길 프로젝트’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9년간 완성한 작품이 고작 20여점이라는 것은 의외다. 그것도 회화나 조각보다 작업과정이 더 단순할 것 같은 사진작업이기에 그의 유난스런 ‘빈작’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이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그는 정말 엄청난 스케일로 공을 들여 사진을 찍는다. 광활한 초원이나 사막에서 특정한 나무나 계곡을 피사체로 선택하고 이 피사체 뒤에 거대한 캔버스를 설치해 사진을 촬영한다. 피사체를 선택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캔버스를 세우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게 완성된 나무나 사막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나는 늘 작업을 하기 전에 개념을 먼저 떠올린다.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데 이걸 현실에서 구체화시키는 게 내 작업의 결과물이다.”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사진-행위 프로젝트’ 전에도 이 같은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각각 밝은 방과 어두운 방이라는 콘셉트로 나뉜 ‘나무’와 ‘바다풍경’ 연작 15점이다. ‘나무’는 몽골·이집트·툰드라 등지에서 찍은 나무 사진이다. 저런 걸 어떻게 찾았을까 하는 궁금증부터 생긴다. ‘바다풍경’은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 골짜기 밑에 보일 듯 말 듯 흰색 캔버스를 깔아놓은 사진이다. 멀리서 보면 이 캔버스는 마치 신기루 속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캔버스를 고정한 끈을 없앤 것만 빼면 모든 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막의 모래 색깔도 전부 다르다. 고온 때문이다. 아날로그 필름을 고집하는데 온도 변화에 따라 필름에 다양한 컬러의 사막이 나타난다. 발산한 걸 다시 정리해서 담아오는 과정이 내 작업이다. 하나의 현상 뒤에 어마어마한 것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 작가의 사진에는 시간과 땀이 숨어 있다. 바로 그가 느릿느릿 천천히 가는 이유다. 02-2287-3575.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